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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도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evolocumab)’이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위험을 유의하게 낮춘다는 대규모 임상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이차 예방’ 영역을 넘어,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차 예방’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는 국제 다기관,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된 VESALIUS-CV 임상시험 결과로, 미국심장학회(ACC)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동시 발표됐다. 연구진은 아테롬경화증 또는 당뇨병이 있으나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환자 1만2257명을 등록해, 이들을 에볼로쿠맙 140mg 격주 투여군과 위약군으로 1:1 무작위 배정했다. 모든 환자의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최소 90mg/dL 이상이었다.


평균 4.6년의 추적 관찰 결과, 에볼로쿠맙 투여군에서는 3점 MACE(관상동맥질환 사망·심근경색·허혈성 뇌졸중)가 6.2%(336명) 발생했으며, 위약군의 8.0%(443명)에 비해 25% 낮았다(HR=0.75, 95% CI 0.65–0.86, P<0.001). 4점 MACE(3점 MACE+허혈성 혈관재개통술) 기준으로도 에볼로쿠맙 투여군은 13.4%(747명), 위약군은 16.2%(907명)로 위험이 19% 감소했다(HR=0.81, 95% CI 0.73–0.89, P<0.001).


이번 결과는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도 LDL 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낮추는 전략이 명확한 임상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에볼로쿠맙은 기존의 고지혈증 치료를 넘어, 심혈관 질환 발생 전 단계에서의 예방 효과를 입증한 첫 PCSK9 억제제”라고 평가했다.


안전성에서도 양 군 간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근육통, 주사 부위 반응, 당뇨병 발생률 등 주요 이상반응의 빈도는 위약군과 유사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우려는 보고되지 않았다.


PCSK9 억제제는 LDL 수용체를 분해하는 단백질인 PCSK9을 차단해,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기존 스타틴 치료보다 60% 이상 추가로 낮춘다. 이미 에볼로쿠맙은 심근경색·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재발 위험을 줄이는 약물로 승인돼 있으나, 이번 연구는 병력이 없는 고위험군에서도 같은 기전이 효과적으로 작동함을 증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향후 심혈관 예방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하버드의대 심장내과의 조지 데이비스 박사는 “에볼로쿠맙이 고위험 환자의 첫 심혈관 사건을 예방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며 “향후 당뇨병, 죽상경화증 환자에서도 LDL 관리 기준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볼로쿠맙의 제조사 암젠(Amgen)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심혈관 1차 예방 적응증 확대를 위한 규제 승인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VESALIUS-CV 연구는 PCSK9 억제제가 고지혈증 치료를 넘어 심혈관 질환 예방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심혈관 사건의 예방이 곧 생명을 구하는 전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