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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일상 속 식품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화합물들이 세포의 생존과 사멸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브로콜리 유래 성분)와 녹차 폴리페놀 같은 식이성 화합물이 낮은 농도에서는 세포 방어 유전자를 활성화해 보호 효과를 보이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오히려 세포 독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상반된 반응이 신호전달 체계와 유전자 발현 조절의 미묘한 균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약물 개발 과정에서 약물의 약리 효과와 독성 간 경계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의 핵심은 세포 내 산화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나 녹차 폴리페놀은 세포에 ‘가벼운 스트레스’를 유발함으로써 해독 효소와 항산화 단백질을 활성화한다. 대표적인 예로 글루타티온 S-전이효소(GST), 퀴논 환원효소(QR), 헤모옥시게나아제-1(HO-1)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세포의 산화 손상을 줄이는 방어막 역할을 하며, 이러한 유전자 발현은 항산화 반응 요소(ARE)를 통해 조절된다. ARE는 전사인자 Nrf2가 결합하는 DNA 영역으로, Nrf2는 Maf 단백질과 짝을 이뤄 이 방어 유전자들의 스위치를 켠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세포의 주요 신호전달 경로인 MAPK(ERK, JNK, p38)가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MAPK가 활성화되면 Nrf2가 핵으로 이동해 ARE를 자극하고, 이로써 해독 효소 유전자가 발현된다. 특히 세포 내 실험에서 MAPK와 Nrf2를 동시에 활성화하면 두 경로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방어 유전자 발현이 더욱 강력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량의 천연 화합물이 세포 보호 반응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중요한 근거로 꼽힌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지는 순간 상황은 정반대로 바뀐다. 연구진은 해당 화합물의 농도를 점차 높였을 때,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며 사이토크롬 c가 방출되고, 이어 카스파아제(caspase)가 활성화되어 세포 자멸(apoptosis)이 유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세포는 회복이 불가능한 괴사(necrosis) 상태에 빠졌다. 즉, 낮은 농도에서는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방어 유전자를 활성화하지만, 높은 농도에서는 같은 물질이 오히려 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독성 인자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약물과 환경 독소(제노바이오틱스, xenobiotics)가 인체 내에서 어떻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를 두 단계 모델로 설명했다. 낮은 농도에서는 MAPK–Nrf2–ARE 경로가 활성화되어 해독 효소 발현이 촉진되고, 세포는 외부 독성으로부터 보호받는다. 반대로 높은 농도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카스파아제 경로가 작동해 세포 사멸로 이어진다. 이는 세포가 생존을 위한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는 과정이 특정 한계점을 넘으면 스스로 파괴로 전환되는 현상으로, 약물의 효능과 독성 간 미세한 경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신약 개발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고 평가한다. 즉, 동일한 물질이라도 농도, 노출 시간, 세포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생물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안전한 약물 설계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또한 식이 유래 화합물처럼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물질조차 특정 조건에서는 세포 독성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약물 개발뿐 아니라 영양학과 독성학 연구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