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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이 나이 들며 보폭이 줄거나 걸음 속도가 느려지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보호자는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로 받아들이지만, 동물재활 전문의들은 작은 걸음 변화 안에 관절과 신경계 이상이 숨어 있을 가능성을 경고한다.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한방·재활의학센터 이정희 과장은 “노령 반려견의 보행은 건강상태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라며 조기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건강한 성견은 네다리가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며 균형 있게 움직인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보폭과 걸음 길이가 짧아지고 분당 걸음수도 감소한다. 약해진 뒷다리의 추진력과 골반 기울기 변화, 통증을 피하기 위한 보행 조정, 균형 능력 저하가 겹치면서 앞다리에 체중을 더 싣는 보행 패턴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앞다리와 뒷다리가 벌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모습, 앉았다 일어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움직임, 발등을 끄는 듯한 걸음 등이 종종 관찰된다. 이정희 과장은 “이러한 변화는 관절염, 십자인대 손상, 고관절 이형성증, 척추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보행 신호도 많다. 산책 후 절뚝거리거나 한쪽 다리를 드는 행동, 평소보다 늦어진 걸음 속도, 산책을 싫어하거나 계단·소파 점프를 피하는 모습, 일어설 때 뒷다리가 부자연스러운 모습 등이 반복되면 전문적인 진료가 권장된다. 산책 후 발등의 털 색이 변해 있다면 발을 끄는 보행이 지속된다는 의미로, 신경·근골격계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과장은 “노령견의 보행 변화는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라 통증을 알리는 구조적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며 조기 치료 시 통증 관리와 활동성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운동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운동은 근력 유지와 관절 건강의 핵심이다. 다만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식이 중요하다. 짧게 자주 걷기, 즉 하루 한 번의 긴 산책보다 하루 두세 번 10~15분으로 나누어 걷는 방식이 노령견에게 적합하다. 수중재활운동은 체중 부담을 줄인 상태에서 근육을 강화할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인 운동으로 꼽힌다. 관절 가동 운동은 뻣뻣해진 관절낭과 인대의 유연성을 회복시키고 관절액 분비를 촉진해 관절 구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추나 치료는 근골격계 질환과 관절염이 많은 노령견에서 통증을 완화하고 혈류·림프순환을 개선해 회복을 돕는 관리법으로 활용된다.


보행은 말보다 정확하다. 반려견은 통증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가 걸음걸이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 조기 진단의 출발점이 된다. 작은 변화라도 꾸준히 관찰하면 관절과 척추, 근육의 문제를 초기에 발견할 수 있고, 적절한 재활치료와 운동관리를 통해 오랜 시간 편안한 보행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정희 과장은 “하루 한 번, 반려견이 어떻게 걷는지를 유심히 살피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노년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