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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치매 환자가 가장 가까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 현상은 많은 보호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는 변화다. 최근 해외 신경과 연구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기억력 저하가 아니라 뇌 속 특정 회로의 붕괴와 깊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가 진행될수록 얼굴을 인식하고 사람을 구별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해마의 연결망이 가장 먼저 손상되며, 이로 인해 환자는 익숙한 얼굴을 새로운 대상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마는 개인의 장·단기 기억을 통합하는 핵심 구조로, 치매 진행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손상되기 쉬운 영역이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의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마와 측두엽 사이의 정보 전달 속도가 정상군 대비 크게 떨어져 있었으며, 이로 인해 가족의 얼굴을 보더라도 기존 기억과 연결되지 않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억 정보는 남아 있는데 인출 경로가 차단된 상태”라고 표현한다.


얼굴을 식별하는 능력 자체가 약해지는 ‘안면인식 저하’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치매 환자들은 얼굴 윤곽, 눈·코·입의 상대적 위치를 세밀하게 구분하기 어려워지며, 이에 따라 상대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과정이 크게 혼란스러워진다. 연구에서는 치매 환자의 측두엽 기능이 저하될수록 얼굴 인식 오류가 증가했고, 그 비율은 병의 진행 단계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됐다.


정서 기억과 인지 기억의 차이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의료계는 “치매 환자가 가족을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더라도, 정서적 친밀감은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이는 정서 기억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상대적으로 늦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즉, 이름과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옆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거나 특정 가족에게만 편안함을 보이는 현상은 충분히 설명 가능한 신경학적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을 못 알아보는 변화가 치매 환자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명확한 뇌 기능 저하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보호자 죄책감을 줄이고 적절한 돌봄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반복된 질문에 차분히 답하고, 환자에게 강한 자극을 주기보다 짧은 문장과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 많다.


이번 연구는 치매 환자의 행동 변화가 단순히 기억력 문제로 설명되지 않으며, 뇌 전체 네트워크가 단계적으로 무너지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계는 향후 이러한 회로 변화를 기반으로 한 조기 진단 기술과 맞춤형 치료 전략에 대한 연구가 더욱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