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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고혈압은 더 이상 사람만의 질환이 아니다. 최근 반려동물에서도 고혈압 진단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반려동물의 고혈압이 대부분 무증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보호자가 이상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눈, 신장,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수의학계에서는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로 부른다.


고혈압은 동맥 내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혈관 벽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반려동물의 경우 노화, 신장질환, 내분비 질환(쿠싱증후군, 갑상선 기능항진증 등), 비만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10세 이상 노령 반려묘의 약 20~30%는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견 또한 만성 신부전이나 심장질환을 동반할 경우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확률이 높다.


반려동물의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는 증상 없는 파괴력 때문이다. 사람처럼 어지럼증이나 두통을 호소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시력 저하나 행동 변화로 뒤늦게 발견된다. 대표적인 징후는 갑작스러운 시력 상실이다. 혈압이 상승하면 망막의 미세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고, 망막박리가 동반되면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고혈압은 신장 내 모세혈관을 손상시켜 단백뇨, 요독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심부전 위험도 증가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전문 장비를 이용한 반복 측정이 필요하다. 수의용 혈압 측정기는 보호자의 품 안이나 조용한 공간에서 진행되며, 다리나 꼬리에 커프를 감아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을 각각 측정한다. 단 한 번의 수치로 판단하기보다, 최소 2~3회 이상 안정 상태에서 측정해 평균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고혈압 진단 후 원인 질환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요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치료의 핵심은 원인 교정과 혈압 조절이다. 쿠싱증후군이나 갑상선 질환 등 내분비 이상이 원인이라면 해당 질환의 치료가 우선이며, 혈압을 낮추기 위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나 칼슘통로차단제(CCB) 계열 약물이 처방된다. 이와 함께 체중 조절,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다. 특히 신장 질환이 동반된 반려묘의 경우 염분이 적고 단백질이 조절된 처방식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 혈압 측정이다. 고혈압은 단기간에 증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건강검진 시 혈압을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의 나이가 들수록, 또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수록 그 중요성은 커진다. 최근에는 가정용 혈압 모니터링 기기도 출시되어 보호자가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고혈압은 치료보다 예방이 현명한 질환이다. 조용히 진행되지만, 한 번의 방심이 시력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작은 행동 변화, 사소한 피로감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관찰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반려동물의 혈압을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치를 조절하는 일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질을 지켜주는 보호자의 책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