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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이 평소와 달리 붉은빛을 띤 소변을 볼 때 보호자는 대부분 “피가 섞였다”고 판단해 급히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동물의 소변은 피가 아니라도 헤모글로빈이나 미오글로빈 같은 색소 물질에 의해 붉게 보일 수 있다. 원인에 따라 필요한 검사가 달라지고 치료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초기 구분이 핵심으로 꼽힌다.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중증내과질환센터장)은 반려동물의 ‘빨간 소변’이 모두 혈뇨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오해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동물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변시험지의 혈액 반응 항목은 적혈구뿐 아니라 적혈구 파괴로 나온 헤모글로빈, 근육 손상 시 방출되는 미오글로빈에도 반응한다. 직접 현미경으로 소변 침사를 관찰하고 원심분리로 상층액의 색을 비교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색소를 구분하기 위한 과정이다.


실제 임상에서는 보호자가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차이도 있다. 방광염이나 결석 등 비뇨기계에서 직접 출혈이 발생할 경우 소변을 받아 잠시 두면 바닥에 붉은색 침전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배뇨 횟수가 늘고 배뇨 말미에 통증 반응처럼 보이는 신호가 함께 나타나는 상황도 흔하게 동반된다. 반면 소변이 위에서 아래까지 일정하게 갈색 또는 적갈색을 띠면 혈뇨보다는 헤모글로빈뇨나 미오글로빈뇨 가능성이 높다. 격렬한 운동 뒤 근육통이 심하거나 경련, 외상 이력이 있다면 미오글로빈을 의심할 수 있고, 잇몸이 창백하거나 노랗게 비치고 기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에는 적혈구 파괴로 인한 용혈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소변 일반검사와 현미경 검사가 기본이다. 적혈구가 실제로 보이는지, 상층액과 침전의 색 차이가 어떤지 확인한 뒤 혈액검사로 용혈 여부, 근육 손상 지표인 CK 상승 여부 등을 함께 평가한다. 박 원장은 “소변 색의 기전을 정확히 구분해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며 “혈뇨는 방광염이나 결석 같은 비뇨기 질환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헤모글로빈뇨는 원인을 정확히 찾아 용혈 자체를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면역매개용혈(IMHA)의 경우 면역억제 치료가 기본이 되고, 필요할 때는 수혈을 고려한다. 양파·약물 등 독성 물질 노출이 원인일 때는 해독과 집중적인 수액 치료가 빠르게 적용된다. 미오글로빈뇨는 근육 손상 정도가 상당하다는 신호로, 색소 물질이 신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고용량 수액요법을 통해 신장 보호를 서두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외상, 격운동, 경련 등 배경 원인을 파악해 추가 손상을 막는 조치도 필요하다.


결국 소변이 붉어 보인다는 단일 현상 뒤에는 전혀 다른 세 가지 원리가 숨어 있다. 색은 비슷해도 치료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보호자가 평소 반려동물의 배뇨 패턴을 살피고, 색 변화가 포착되면 아침 첫 소변을 확보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반려동물 신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조기에 제출된 소변 한 컵이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