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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간과 반려동물이 같은 생활공간에서 호흡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수공통감염병, 즉 Zoonosis에 대한 연구 흐름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야생동물이나 가축과 관련된 대형 감염병이 주요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집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개와 고양이, 그리고 다양한 이국적 반려동물이 인체 감염병의 새로운 연결 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기구들은 사람과 동물, 환경을 하나의 건강 축으로 보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감염병 정책의 핵심 기조로 채택하고 있으며, 각국은 우선 관리해야 할 주요 인수공통감염병 목록을 따로 선정해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다수의 연구에서는 반려동물이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라 다양한 병원체의 “저장고(reservoir)”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한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반려견과 반려묘를 포함한 동반동물은 70종이 넘는 인수공통 병원체를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진균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면역이 약한 고령자나 영유아, 만성질환자에게서 더 심각한 임상 경과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공중보건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간과 반려동물 간 감염 고리에 대한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사람에게서 시작된 SARS-CoV-2가 가정 내 개와 고양이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국가의 연구에서 반복 확인되었다.


 현재까지의 증거만 보면 반려동물이 다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되돌려 전파하는 위험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동물 개체군 안에서 변이가 축적될 경우 새로운 변종의 “숨은 저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학자들이 companion animal 집단을 대상으로 한 혈청조사와 유전자 분석을 꾸준히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계의 방향이 항상 동물→사람으로만 흐르는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서 반려동물로 전파되는 ‘역인수공통감염(zooanthroponosis)’ 가능성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브라질에서 발표된 연구는 사람에게서 주로 문제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GII.4 변이)가 반려견의 분변에서 검출됐고, 사람과 개 바이러스가 98~99%에 이르는 높은 유전적 유사성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는 같은 생활공간 안에서 사람의 장관 바이러스가 반려견으로 넘어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상호 전파 고리가 단순 이론이 아니라 현실적 위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을 매개로 한 새로운 감염병 또는 변이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2024년 이후 발표된 여러 리뷰 논문과 국가 보고서들은 개와 고양이가 살모넬라, 캠필로박터 같은 식중독균뿐 아니라, 디프테리아 독소를 생성할 수 있는 Corynebacterium ulcerans, 다약제 내성 대장균 등 항생제 내성과 연관된 병원체의 저장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동물병원 네트워크에서 수집된 반려동물 대장균 균주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범내성’ 수준으로 분류돼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동반동물과 인수공통감염병의 연결은 기후변화 이슈와도 맞물린다. 기온과 강수량이 변하면서 모기·진드기 같은 매개 곤충의 서식지와 활동 시기가 변동하고, 이 곤충들을 물고사는 개·고양이가 각종 매개체 감염병의 “중간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온대 지역에서도 열대성 매개질환이 보고되는 사례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포함한 도시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감염병 감시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책과 연구의 방향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WHOA)와 각국 보건당국은 인수공통감염병 우선순위를 정하는 워크숍과 평가 도구를 통해, 사람·동물·환경 부문이 함께 관리해야 할 핵심 질환 목록을 도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광견병,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특정 인플루엔자 변이, 인수공통 세균감염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companion animal 관련 병원체와 항생제 내성 이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생활양식이 단순 문화 현상을 넘어, 미래 팬데믹 가능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때 수의사는 단순히 동물의 병을 치료하는 임상가를 넘어,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의 감염 위험을 설명하고 조정하는 “프런트라인 공중보건 전문가”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설문 연구에서는, 보호자와 반려동물 사이의 밀접한 접촉이 병원체의 양방향 전파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보호자의 인식을 높이는 데 수의사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핵심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이 “동물과 거리를 두라”는 단순한 메시지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사람과 동물의 정서적 유대 자체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연구도 많다. 진짜 과제는 이 밀접한 관계 속에서 감염 위험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생활공간 위생, 배변물·침·분비물에 대한 적절한 처리,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항생제의 합리적 사용, 야생동물과의 불필요한 접촉 최소화 등은 모두 사람과 동물이 함께 지켜야 할 기본 수칙으로 제시된다.


결국 인간과 반려동물의 감염병 연관성에 대한 최신 연구 동향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의 건강과 동물의 건강, 그리고 환경의 안전은 더 이상 따로 바라볼 수 없는 하나의 축이라는 것이다. Zoonosis를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감시와 교육, 현장의 수의·의료 전문가 협업을 통해 “공동의 건강”을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