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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반려동물에서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만성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암, 비만, 당뇨병, 퇴행성관절질환 등 비감염성 질환이 강아지·고양이에게서 흔하게 관찰되고, 이런 현상은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소형견부터 대형견, 실내 사는 고양이까지 폭넓게 이어진다. 단순히 특정 품종 또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변화는 반려동물 건강관리 방식 전반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국제학술지 Risk Analysis에 실린 그리스 아테네 농과대학 안토니아 마타라그카 연구팀의 논문은 이러한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는 유전적 취약성과 생활환경, 도시 구조, 생태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위험평가 체계를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건강 변화를 읽어내고자 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인간과 동물이 같은 환경 속에서 비슷한 만성질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반려동물 건강은 곧 가족 건강과 이어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다. 외모 특성을 중심으로 선별적 번식이 이루어진 일부 반려견·반려묘는 특정 질환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 짧은 주둥이를 가진 단두종은 호흡기 질환과 심장판막질환 위험이 높고, 특정 대사 유전형을 가진 고양이에서는 당뇨병 발생률이 일반 개체보다 현저히 높은 경향이 보고된다. 여기에 고열량 간식, 규칙적 운동 부족, 실내 생활 환경에서의 스트레스가 결합하면 질환 발병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실제 현장 데이터를 보면 문제의 규모는 더욱 명확해진다. 여러 국가의 조사에서 반려견과 반려묘의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됐다. 이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며, 비만은 고양이 당뇨병·관절질환·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려견에서도 체중 증가가 슬개골탈구, 요추 사이 디스크 병변, 만성 관절염으로 이어지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축적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단순히 사료나 생활패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기후 변화와 도시화가 반려동물의 생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도심의 고온 현상은 반려동물의 활동량을 줄이고 체내 스트레스 지표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세먼지와 실내 환경오염은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면역질환 발생과 연관된다는 근거가 수의학 분야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장기간 노출된 화학물질이 갑상선 기능 또는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진다.


마타라그카 연구팀은 “환경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동물의 만성질환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국가별로 체계적인 통계조차 정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간 질환은 WHO 등 국제기구가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건강은 그만큼의 감시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위험추세 파악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연구는 반려동물의 만성질환 증가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생활습관 개선, 환경오염 관리, 조기검진 확대, 반려동물 친화 도시정책 마련 등 다층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인간과 동물, 환경을 하나의 건강축으로 보는 원헬스(One Health) 관점을 반려동물 분야에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반려동물의 질환을 단순히 개·고양이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지역사회, 생태계를 아우르는 건강지표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반려동물 질환 패턴이 더욱 다양해질 수 있는 만큼, 보호자와 수의사, 지자체가 협력하는 건강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활환경 변화와 진단기술 발전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의 건강은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관리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반려동물의 만성질환 증가를 경고하는 동시에, 향후 수의학과 공중보건이 함께 대응해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