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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식품업계가 최근 ‘슬로에이징’ 흐름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식습관을 통해 노화를 늦추자는 이 개념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주요 기업들은 고영양·저자극 식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한때 달콤하고 강한 풍미를 찾던 소비 트렌드는 팬데믹 이후 건강 중심의 정서로 빠르게 이동했고, 슬로에이징은 그 변화의 중심에 놓였다.


슬로에이징 식단을 실천하는 이들은 흰쌀밥이나 고지방·고당 식품을 배제하고, 가공도를 낮춘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선호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이 같은 식단을 공유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30대 직장인 하상희 씨는 케일에 감싼 현미볼과 콩류 샐러드, 된장 양념을 곁들인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X(옛 트위터)에 올리며 “8개월간 식단을 유지한 뒤 체력과 면역이 높아지고 마음도 안정됐다”고 말했다. 하 씨가 속한 슬로에이징 그룹에는 5만8000명 가까운 참여자가 있으며, 대부분이 20~30대다.


슬로에이징이라는 개념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배경에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있다. 정 교수는 2024년부터 SNS를 통해 식단과 생활습관에 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슬로에이징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라면에서 국물을 버리고 렌틸콩과 얼음을 넣어 먹는 방식 같은 이색 식습관이 주목을 받으면서 젊은 층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이후 관련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짠맛·매운맛 스트레스 해소식’ 중심의 식문화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식품업계는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정 교수와 협업해 통곡물·저염·채소 비중을 높인 도시락과 간편식을 출시했고, 출시 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앱 인기 메뉴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CJ제일제당도 슬로에이징 콘셉트를 반영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식단 개선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GS25는 혼합곡 판매가 1년 새 60% 가까이 증가한 흐름을 반영해 올해 반도정미 제품을 출시하며 곡물 라인업을 확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자체 식단관리 브랜드 ‘헬시 에이징’을 선보이며 사내식당에서 슬로에이징 메뉴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특히 젊은 세대의 높은 건강 관심도가 뒷받침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률은 2016년 각각 30.8%, 32%에서 2024년 55%, 49.5%까지 상승했다. 60대 다음으로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은 세대로 자리 잡은 셈이다.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이 20대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현실도 건강 의식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 변화의 중심에 ‘자기 돌봄’과 ‘자기애’라는 감정적 요소가 있다고 분석한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최철 교수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한 만족을 넘어 자기 돌봄과 정서적 안정을 중시하게 됐다”며 “외적인 몸매 관리보다 본질적인 건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소비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건강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젊은 세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슬로에이징이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세대 전반의 생활습관 변화로 자리 잡는 가운데, 식품업계는 앞으로도 개인화된 건강식품 개발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소비 선택을 좌우하는 시대, 영양과 맛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기업만이 새로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