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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극단적 식욕 충동을 어떻게 억제하는지에 대한 단서가 인간의 뇌에서 직접 관찰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뇌 깊숙한 부위에 전극을 삽입해 비만 환자의 식욕 충동 발생 순간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한 뒤, GLP-1 작용제를 복용한 환자에서 이 신호가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원래 비만 환자의 강박적 폭식 행동을 완화하기 위해 뇌 심부 자극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연구팀은 뇌의 보상 처리 핵심 영역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에 전극을 삽입해 음식에 대한 통제 불가한 충동, 이른바 ‘food noise’가 발생할 때 어떤 뇌파 변화가 나타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흥미롭게도 이 영역은 GLP-1 수용체가 분포해 있어 음식 보상과 관련된 호르몬 신호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 초기 두 명의 참가자에게서 강한 음식 집착이 발생할 때마다 저주파 뇌파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강박적 섭식 충동을 가늠할 수 있는 뇌 신호’로 규정하며, 비만 치료 개입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생체 지표라고 평가했다. 기존 비만 치료 연구가 행동 변화나 혈액 지표 중심이었다면, 이번 연구는 인간 뇌의 전기적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해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환점은 세 번째 참가자에서 찾아왔다. 한 60대 여성이 당뇨 치료 목적으로 고용량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복용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전극 삽입이 이뤄졌고, 연구진은 예상치 못한 실험 기회를 얻게 됐다.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복용 중인 이 환자의 뇌에서는 음식에 대한 강렬한 충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앞서 관찰되던 저주파 뇌파 상승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이 변화를 “food noise가 사실상 잠잠해진 것”이라고 표현하며 GLP-1 기반 치료제가 행동 변화뿐 아니라 뇌 보상 회로 자체의 신호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GLP-1 약물이 식욕 억제를 넘어 ‘뇌의 보상 회로를 어떻게 바꾸는지’ 규명하는 중요한 관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GLP-1이 뇌의 포만중추뿐 아니라 보상·충동 조절 영역에 직접 작용한다는 단서가 제시돼 왔지만, 실제 뇌 신호로 이를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최초다.

 

연구팀은 향후 더 많은 임상 참가자를 대상으로 GLP-1 계열 약물 복용 전후의 뇌파 변화를 비교해, 약물의 장기적 효과와 신경생물학적 경로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폭식 장애나 강박적 식행동을 가진 환자에서 GLP-1 작용제가 뇌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가 단순한 체중 관리에서 벗어나 ‘뇌 행동의 과학’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GLP-1 기반 치료제가 왜 강한 식욕 충동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