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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HIV 감염자의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스타틴을 예방적으로 투여한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확인됐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원(NHLBI)과 국제 연구진이 진행한 REPRIEVE 연구는 일일 피타바스타틴 칼슘 복용이 HIV 감염자의 주요 심혈관 사건을 35% 줄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효과가 뚜렷해 연구는 예정보다 일찍 종료됐으며, 연구진은 이를 HIV 환자 치료 전략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이중눈가림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약물을 복용하는 치료군과 위약을 복용하는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평균 5년 가까이 추적한 결과, 치료군에서 심근경색, 뇌졸중, 관상동맥 확장 수술 등이 대조군보다 현저히 적게 발생했다. 더불어 사망과 중대 심혈관 사건을 결합한 복합지표에서도 치료군의 위험이 21% 낮았다. LDL 콜레스테롤 역시 30% 감소해 기존 스타틴의 지질 개선 효과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HIV 환자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으나, 만성 염증과 면역 활성 증가로 인해 일반 인구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다는 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넘어 염증이나 면역 조절 효과가 추가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적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연구진은 스타틴이 HIV 환자군에서 보여준 위험 감소가 기존 기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추가적인 생물학적 효과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PRIEVE는 2015년 시작돼 12개국 145개 의료기관에서 40~75세 성인 7,769명을 모집해 시행됐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50세였으며, 과거에는 심혈관 위험이 낮아 스타틴 처방 대상이 아니었던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 참여 비율은 31%였고, 인종 구성은 흑인 41%, 백인 35%, 아시아인 15%로 다양했다. 연구팀은 모든 참가자를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에 충실히 참여하도록 하고, 간·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만 선발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HIV 감염자의 건강 관리에서 심혈관 예방 전략의 중요성을 새롭게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HIV 감염이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은 현재, 감염 자체뿐 아니라 동반되는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향후 치료 가이드라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지만, 예방적 스타틴 투여가 HIV 환자군의 장기 건강 개선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HIV 감염자는 3,800만 명 이상이며,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의 발달로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HIV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근거 기반 문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