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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잠들기 어려워하거나 자주 깨는 모습을 보면 많은 부모는 “크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발표한 장기추적 연구는 이러한 통념이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시작된 불면은 생각보다 흔하게 성인기까지 이어지며,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라티노 청소년에서 그 비율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불면을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해야 하는 건강 문제’로 규정했다. 연구 책임자인 훌리오 페르난데스-멘도사 교수는 국제학술지 ‘슬립(SLEEP)’에 발표된 논문에서 “불면은 저절로 사라지는 성장기 현상이 아니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장기간 지속되는 질환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아동기 불면은 심혈관 대사질환, 우울, 불안 등 다양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여 년 동안 519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을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아동기(평균 9세), 청소년기(평균 16세), 청년기(평균 24세) 세 시점에서 불면 증상을 보고했고, 실제 수면장애 진단에 쓰이는 실험실 수면검사도 함께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불면이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지, 혹은 지속되는지를 평가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뚜렷했다. 전체 참가자의 23.3%가 세 시점 모두에서 불면 증상을 보이며 ‘지속 불면’으로 분류됐다. 또 16.8%는 청년기에 새롭게 불면 증상이 생겼다. 특히 인종·민족 간 차이가 컸는데, 흑인 아동은 백인 아동보다 지속 불면이 나타날 위험이 2.6배 높았고, 히스패닉·라티노 아동도 1.8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참가자의 경우 불면이 사라지기보다 청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백인보다 3.44배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소아기 수면 문제가 단순한 성장 과정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페르난데스-멘도사 교수는 “수면 테러나 몽유병과 달리 불면은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어릴 때부터 누적되는 수면 부족은 학습 집중력·정서 안정·신체 건강까지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사회·환경적 요인, 스트레스, 수면 환경의 차이는 인종·민족 간 수면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배경을 고려해 볼 때, 아동기부터 꾸준히 수면 상태를 관찰하고 필요 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실내 밝기 조절, 규칙적인 취침 루틴 만들기, 전자기기 사용 제한, 부모의 수면 교육 등 일상적인 관리만으로도 증상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성인이 돼 오래된 불면으로 병원을 찾기 전에, 아이·청소년 시기부터 불면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성장과 정신·신체 건강 유지를 위해 수면 관리가 필수적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