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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든 반려견이 특정 시간대마다 이유 없이 짖음이 심해지는 모습을 보일 때 보호자들은 종종 ‘습관이 바뀐 것 같다’거나 ‘환경 소음에 예민해진 것’ 정도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지속되거나 점차 더 강하게 나타난다면 노령견의 인지 기능 저하, 즉 치매와 연관된 초기 신호일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동물 행동의학 분야에서는 치매가 진행될 때 시간 감각이 흐려지면서 특정 시각에 혼란과 불안이 증가해 짖음이나 반복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다.

 

노령견의 치매는 사람의 노인성 치매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낮과 밤의 구분이 흐려지면서 일정한 생활 리듬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주변 환경에 대한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서 낯선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특히 새벽이나 밤 시간대에 갑자기 짖음이 심해지는 행동은 이 같은 변화의 대표적인 초기 모습을 반영한다. 보호자가 자는 동안 혼란과 불안이 갑작스럽게 증가하며 짖음으로 이를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대별 반복 짖음은 단순한 경계 행동과는 양상이 다르다. 일반적인 경계 짖음은 특정 소리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이지만, 치매가 진행되는 노령견의 짖음은 명확한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간에 맞춰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시간 인지 기능’이 저하되면서 반려견이 환경 정보를 이전처럼 해석하지 못하고, 이 과정에서 불안이 증폭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행동이다.

 

인지 기능 저하가 시작된 반려견은 짖음 외에도 행동 전반에서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 집 안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자리를 맴돈다거나, 보호자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듯 멍한 태도를 보이는 일이 늘어난다. 평소 잘 사용하던 화장실 위치를 잊어버리는 사례도 보고되어 있으며, 보호자가 부르면 반응이 느리거나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과 초조함이 커지면서 짖음 강도와 빈도가 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반려견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고 보호자 역시 단순 훈육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노령견 치매는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며, 빠른 시점에 관리가 이루어질수록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짖음이 특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심해지는 행동이 이어진다면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권장된다.

 

치매가 의심될 경우 수의사는 행동 관찰, 신경학적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다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한 뒤 인지 기능 저하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영양 관리, 인지 기능 개선 보조제, 환경 자극 증가 프로그램 등 반려견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일부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보호자는 노령견의 하루가 불안과 혼란으로 채워지지 않도록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조명 관리, 낮 시간대 적당한 활동, 충분한 휴식 공간 제공은 치매 증상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반려견이 반복적인 짖음 속에서 겪고 있는 감정이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정 시간대마다 짖음이 두드러지는 것은 노령견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이를 일찍 알아차리고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반려견의 삶의 질을 지키는 핵심이다. 보호자의 관심과 조기는 행동 변화 뒤에 숨은 건강 문제를 밝혀내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