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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약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글로벌 제약 산업이 구조적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3상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후보 물질 수천 개 중 실제 시판으로 이어지는 약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이 약물 타깃 예측, 독성 분석, 최적 구조 도출에 활용되며 신약 개발의 여러 단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반 플랫폼의 가장 큰 강점은 방대한 생물학·화학 데이터를 단기간에 분석해 신약 후보를 빠르게 좁혀주는 능력이다. 과거에는 연구진이 단백질 구조를 해석하고 화합물과 결합할 가능성을 일일이 실험해야 했지만, 현재는 딥러닝 모델이 수백만 가지 조합을 시뮬레이션해 가능성 높은 후보를 선별하고 있다. 특히 약물 부작용과 독성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서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임상 실패 위험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유럽의 주요 기업들은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분석 모델을 자체 개발해 후보 물질 발굴에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파이프라인은 AI 기반 설계가 도입된 이후 기존 대비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임상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희귀질환과 항암제 분야에서 AI가 복잡한 생물학적 경로를 분석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보여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AI가 임상 성공률 자체를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초기 독성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고 후보 물질 최적화가 빨라지면서 임상 1상 진입 성공률은 점차 개선되는 흐름이 관찰되고 있다. 신약 개발의 병목으로 지적되던 초기 실패가 줄어들면, 전체 개발 비용이 감소하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연구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위험성 높은 개발 분야에도 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다만 AI 기술이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에는 전문가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생체 내 상호작용을 완벽히 예측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고, 신경계·면역질환처럼 변수와 경로가 복잡한 영역에서는 데이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AI 모델의 의사결정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어 향후 검증 절차와 규제 기준이 정교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의 도입이 신약 개발 속도와 임상 진입률을 어렵게 만들던 기존 구조를 바꿔놓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AI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초기 단계 연구 효율이 개선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수 자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신약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개발 전략 그 자체를 바꾸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