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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 보호자라면 한 번쯤은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과거에는 3월부터 11월까지만 투약하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국내 기후 변화로 상황이 달라졌다. 겨울에도 영상 기온을 유지하는 지역이 늘고, 모기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장사상충 감염 위험이 사계절 내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심장사상충은 모기가 매개하는 기생충 질환으로, 감염이 진행되면 폐동맥과 심장에 충이 자리 잡아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한 번 감염되면 치료 과정이 길고 비용 부담도 크며, 약물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단계에서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예방이 가장 확실한 보호 전략으로 꼽힌다. 하지만 변화한 환경 속에서 예전의 계절 제한 예방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평균 기온 상승으로 모기가 활동하는 기간이 과거보다 1~2개월가량 확대됐다. 일부 남부 지역에서는 12월에도 모기 유입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 실제로 동물병원에서도 초겨울과 초봄에 심장사상충 감염이 확인되는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모기가 등장하는 시기만 조심하면 된다”는 기존의 기준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예방약을 단기간이라도 중단하면 그 사이 감염된 기생충이 성충으로 성장해 심장이나 폐동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수의사는 “한 달만 빠져도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심장사상충은 모기 한 마리가 옮기기 때문에, 반려견이 모기 한두 번에 물렸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더욱이 실내 생활을 하는 반려견도 100% 안전하지 않다. 모기는 창문, 현관문, 주차장, 엘리베이터 등 좁은 틈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 실내견의 감염 사례도 꾸준하다.


예방약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먹는 약, 바르는 스팟온 타입, 심지어 여러 기생충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복합제까지 선택 폭이 넓다. 중요한 것은 제형보다는 ‘주기적 투여’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방약은 30일 간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늦어지면 보호막이 깨질 수 있다. 반려견 체중이 변하면 투여 용량도 달라질 수 있어 정기적인 체중 체크도 필요하다.


기후 변화는 반려동물 건강관리 기준을 바꾸고 있다. 과거처럼 계절별로 위험도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연중 지속적인 예방관리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의계에서는 심장사상충뿐 아니라 진드기성 질환, 곤충 매개 감염병 등 다른 질환의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있어 종합적인 기생충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린 반려견, 노령견, 면역력이 약한 반려동물은 감염 시 더 큰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매달 정해진 날짜에 예방약을 급여하는 습관을 들이고, 계절과 상관없이 모기·해충 차단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 안에 모기 유입이 잦은 지역이라면 모기장을 설치하거나, 산책 후 귀·겨드랑이·사타구니 등 해충이 접근하기 쉬운 부위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기후가 과거와 달라진 만큼, 심장사상충 예방도 ‘일 년 내내’라는 새로운 표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방약 한 번으로 막을 수 있는 질환을 방치해 치료 단계까지 가는 일은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는 만큼, 꾸준한 예방이 가장 현실적이자 안전한 건강관리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