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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여성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함께 지내다 보면 생리 주기가 비슷해진다”는 이른바 ‘생리 전염’ 혹은 ‘생리 동기화’ 현상이다. 기숙사·군대·회사 등 집단 생활을 하는 환경에서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일상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계와 생리학 연구진은 생리가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전염’되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생리 주기 변화는 호르몬 체계에 의해 조절되며, 외부 접촉으로 감염되거나 옮기는 방식의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립된 의학적 결론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체감하는 ‘동기화’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 현상은 1971년 미국 하버드대의 연구에서 처음 주목받았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비슷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페로몬 영향’이라는 가설이 대두됐다. 하지만 이후 대규모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초기 연구가 통계적 오류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생리 동기화를 지지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더 많은 편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생리 주기는 여성 개개인의 호르몬 피드백 시스템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며 “외부 사람의 체취나 환경 자극만으로 주기가 동기화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최신 연구에서는 생리 주기 패턴이 평균적으로 28일 전후에서 변동 폭이 넓고, 스트레스·수면·식습관·운동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흔들리기 때문에 우연히 비슷해지는 경우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또한 생리 주기는 지속적으로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지 않는다. 한 달은 26일, 다음 달은 30일, 또 다른 달은 28일로 주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 변동성 때문에 두 사람의 생리일이 처음에는 달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겹치는 구간이 생기며, 이를 동기화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맞춰지는 순간만 기억하고 어긋난 시점은 지나쳐버리는 인간의 인지적 특성도 동기화 착각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사회적·정서적 요인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까운 관계의 사람과 함께 지내면 스트레스 수준·생활 패턴이 비슷해지기 쉽다. 같은 시간대에 취침하고 비슷한 식습관을 가지면 생리 주기 변동의 방향성도 유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염’이 아니라 생활 환경이 비슷해지면서 일시적으로 패턴이 겹쳐지는 현상에 가깝다.


호르몬 피로나 스트레스는 생리 주기를 당기거나 늦추는 대표적 요인이다. 직장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격한 운동, 체중 변화, 갑상선 기능 이상 등은 생리 주기를 흐트러뜨릴 수 있으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과 비슷한 요인이 작용하면 결과적으로 주기가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환경적 요인에 의한 변동이지, 옮겨 붙는 개념의 전염과는 거리가 멀다. 생리 주기 변화가 반복되거나 불규칙함이 심해질 경우 스트레스 외에도 자궁근종·자궁내막증·갑상선 질환·다낭성난소증후군(PCOS) 등 다른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3개월 이상 불규칙한 주기가 지속된다면 전문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생리가 전염된다는 개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함께 지내는 사람과 생활 리듬이 유사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주기가 비슷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생리 주기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주기 변화가 눈에 띄게 반복되거나 통증·출혈 이상이 동반된다면 가볍게 넘기지 않고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