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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조용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고양이가 어느 날부터 밤만 되면 이유 없이 울거나 집안을 배회하는 모습을 보일 때 보호자는 당황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양이에게서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습관 변화나 환경 스트레스가 아니라 노령성 인지기능장애(CDS)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의 치매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이 질환은 고양이의 행동과 감정 조절 기능 전반에 영향을 주며, 가장 초기에 드러나는 증상이 바로 야간 울음과 불안 행동이다.

 

고양이는 원래 어두운 시간대에 활동성이 높지만, 노령성 인지기능장애가 시작되면 활동 패턴이 비정상적으로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밤에 갑자기 큰 소리로 울거나 보호자를 찾듯 따라다니는 행동, 식사 장소나 화장실을 헷갈리는 모습, 익숙하던 공간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서성이는 장면이 자주 포착된다. 이러한 행동은 대부분 보호자가 잠든 시간대에 발생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버릇 문제로만 판단하고 넘기면 질환 진행을 놓칠 수 있다.

 

노령성 인지기능장애가 생기면 고양이의 뇌는 기억력·주의력·공간 인지 능력에서 서서히 저하를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불안을 느끼거나 집 안이 낯설게 느껴지는 혼란을 겪는다. 야간 울음은 이러한 혼란이 극대화되는 시간대에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신호다. 보호자를 찾는 울음, 이유 없이 공허하게 외치는 울음,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울어대는 행동은 모두 뇌 기능 저하와 관련될 수 있다. 이때 고양이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안정감을 찾기 위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또한 청력 저하나 시력 약화도 야간 울음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 고양이는 감각 기능이 떨어질수록 주변 환경을 더 모호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더욱 불안해지고 이를 울음이나 배회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 저하 역시 노령성 인지기능장애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두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고양이가 낮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밤에만 유독 행동이 달라진다면 뇌 기능 불안정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첫 단계는 고양이의 변화 양상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울음이 시작되는 시간, 지속 시간, 하루 빈도, 함께 나타나는 행동 변화 등을 자세히 남겨두면 수의사가 질환 여부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영상 기록은 더욱 도움이 된다. 이미 치매가 진행된 경우 행동 변화가 일정하지 않아 보호자가 직접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록이 진단 정확도를 높여준다.

 

진료에서는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갑상선 기능 검사, 감각 기능 확인, 신경학적 평가 등을 진행하며 필요 시 MRI로 뇌 구조 이상을 확인한다. 진단 후에는 뇌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료와 환경 관리가 병행된다. 규칙적인 생활 루틴 유지, 안정적인 조명, 밤 시간대 불안을 줄이는 환경 조성, 자극적인 장난감 대신 편안함을 주는 놀이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영양학적으로는 뇌 신경 기능을 보조하는 항산화제·필수지방산 등의 영양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인지다. 고양이의 야간 울음은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뇌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으며, 치료 개입 시점에 따라 고양이의 남은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보호자는 작은 변화라도 무시하지 말고 행동 패턴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노령 고양이가 보내는 미묘한 SOS를 빠르게 알아채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보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