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보건의료계가 수년째 경고해온 항생제 내성 문제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 감염이 급증하면서 일상적인 감염질환조차 치료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보건 위협 중 하나”라고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항생제 신약 개발은 수십 년째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어,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에서 “이대로라면 치료 가능한 감염병의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생제 내성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과다 처방과 오·남용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다. 감기·인후염처럼 항생제가 필요 없는 질환에도 처방이 이루어지거나, 농축산업에서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이 지속되면서 내성균의 토양이 확장되고 있다. 내성균은 환경, 동물, 인간을 오가며 전파되기 때문에 한 번 증가한 내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른바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복합적 위기다.

 

하지만 항생제 개발이 멈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제약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항생제는 대부분 짧은 기간만 사용하고, 치료 성공 후에는 재처방이 필요 없는 특성을 가진다. 즉, 항생제는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품이기 때문에 개발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 반면 항암제·만성질환 치료제 등은 장기간 사용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항생제 개발은 기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또한 규제 환경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항생제는 안전성과 내성 발생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개발 비용은 높지만 시장 수익은 제한적이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항생제 프로젝트에 선뜻 투자할 제약사는 많지 않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글로벌 대형 제약사의 상당수가 항생제 개발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거나 감축하며 철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대응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항생제 개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시장 접근 보장 제도’가 논의되고 있으며, 개발된 항생제가 실제 시장에서 사용되는 양과 관계없이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의 정책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항생제 기업이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몇몇 국가에서는 공공기금 조성을 통해 초기 연구를 지원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내성균 확산을 늦추기 위한 감시·감염관리 체계 강화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병원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강화, 산업현장에서의 항생제 사용 규제, 식품 생산 단계에서의 항생제 관리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항생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통합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을 “눈에 보이지 않는 팬데믹”으로 표현한다. 오늘은 작은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신약 개발이 뒤처진 상태가 지속된다면 향후 감염병 치료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위기는 단일 분야의 해결로는 부족하다. 제약산업, 정부 정책, 공중보건, 환경 관리가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복잡한 도전이지만, 지금 대응하지 않는다면 돌아올 수 없는 지점으로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