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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사들이 항암제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표적 다양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존 면역항암제 중심 개발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여러 기업이 세포 내 단백질 분해 경로부터 종양 미세환경·자가포식 조절, RNA 변이 등 다양한 차세대 기전을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임상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연구나 기술 이전을 이끌어낸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영역은 단백질 분해 기술 기반의 표적 치료제다. 기존 저분자 항암제가 특정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라면, PROTAC 기술은 암세포의 핵심 단백질을 직접 제거함으로써 치료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이 PROTAC 플랫폼을 구축하며 후보물질을 발굴 중인데, 일부는 이미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글로벌 검증 단계를 밟고 있다. 특히 약물 내성을 유발하는 변이 단백질을 직접 분해하는 기전이 주목받고 있다.

 

종양 미세환경을 조절하는 항암제 역시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양 주변의 면역 억제 환경을 깨고 면역세포의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기업들은 면역세포 재활성, 종양 혈관 정상화, 섬유화 억제 등 다양한 경로를 타깃으로 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며 글로벌 임상 진입을 노리고 있다. 복합 기전을 가진 신약의 글로벌 수요가 커지면서, 이 분야의 기술 수출 가능성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RNA 변이를 겨냥하는 표적 치료도 빠르게 확장되는 분야다. 특정 암종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스플라이싱 이상이나 RNA 결합 단백질 변이를 겨냥한 신약 개발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전체 분석 기반 후보 탐색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국가 차원의 정밀의료 데이터 플랫폼 확대로 빅데이터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암 유형의 희귀 변이를 겨냥한 신약 후보 도출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가포식(autophagy) 조절 항암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암세포는 스트레스 환경에서 자가포식을 이용해 생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전략이 연구되고 있다. 국내 일부 바이오 기업이 이 분야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임상 전 단계에서 유망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항암 표적 다변화가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동일한 표적을 두고 경쟁하는 기존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의 진입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개척 기전에 대한 조기 투자와 글로벌 공동 개발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여러 기업이 초기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외 기술 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국내 항암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다만 새로운 표적 발굴은 실패 위험도 크기 때문에 기술·임상 역량을 갖춘 연구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단백질 구조 분석, 세포 기반 약물 스크리닝, 질환 모델 구축 등 기초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글로벌 단계에서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정부·산업계가 함께 초기 표적 발굴 연구를 강화하고,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국내 항암제 개발 움직임은 단일 기전 중심에서 다양한 표적·복합 기전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새로운 표적을 선점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지, 그리고 국내 연구 생태계가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지가 향후 항암제 산업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