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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 치료제가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치료 비용의 급격한 상승이 전 세계 보건 체계의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단일 투여로 일부 희귀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강점이 부각되며 관련 치료제 승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평균 수억 원에서 많게는 10억 원을 넘어서는 치료 비용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며, 기존의 건강보험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보험 재정과 지불 체계는 아직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진단이다.

 

특히 스핀라자와 졸겐스마 같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는 이미 초고가 약제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급여 여부 논쟁을 촉발했다. 졸겐스마는 20억 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전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켰고, 국내에서도 보험 적용의 범위를 두고 상당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한 가지 약가 문제를 넘어, 앞으로 출시될 유전자 치료제의 가격 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형성될지에 대한 지표가 되고 있다. 고가 약제의 급여 여부는 환자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재정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치료제는 ‘한 번 투여로 평생 효과’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만성질환의 장기 치료 모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지불 모델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은 성과 기반 지불 모델이다. 환자가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치료 효과를 보였을 때만 제약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치료 효과가 기대 이하일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불필요한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방식은 분할 지불 모델이다. 초고가 치료제를 한 번에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나누어 지불해 재정 부담을 분산시키는 구조다. 이는 국가·보험자·제약사 모두에게 현실적 접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미 몇몇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구독료 기반의 장기 지불 방식까지 제안하며 보험 생태계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초고가 유전자 치료제의 도입 확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고가 치료제의 급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희귀질환·중증질환 환자 중심의 선별적 급여 강화와 성과 기반 평가 체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국내는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에서 유전자 치료제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국제 협력 기반 공동 구매 모델이나 국가 차원의 위험 공유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치료제 가격이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기술 개발 비용, 생산 공정의 복잡성, 제한된 환자 수 등 여러 요인이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보험 모델의 개편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치료 접근성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따라서 건강보험 체계가 성과 기반 평가, 지불 분산 모델, 위험 공유 방식 등을 조합한 새로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0억 시대’로 들어선 유전자 치료제는 혁신성과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앞으로 어떤 보험 모델이 정착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치료 기회뿐 아니라 국가 보건 체계의 지속 가능성까지 달라질 수 있다. 유전자 치료제가 진정한 의미의 혁신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합리성에 기반한 지불 체계 논의가 더욱 정교하게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