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풍.pn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성인 파상풍·디프테리아 부스터(추가접종) 권고가 재검토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리건 건강과학대학교(OHSU)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종합 분석에 따르면, 어린 시절 예방접종만 확실히 유지된다면 성인에게 10년마다 반복 접종하도록 권장하는 기존 지침을 폐지해도 안전성이 유지되며, 국가적으로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에 달하는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마크 슬리프카 교수는 “아동기 예방접종률만 높게 유지된다면 성인 부스터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감염 예방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미 권고하고 있는 ‘성인 반복접종 불필요’ 입장과도 방향이 일치한다.


연구는 지난 2016년과 2020년에 발표된 OHSU의 기존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연구에서도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혼합백신(DTaP)에 의해 최소 30년 이상의 면역이 유지된다는 결과가 제시됐으며, 이는 현재 미국 CDC가 성인에게 10년마다 부스터를 권장하는 지침보다 훨씬 더 긴 면역 지속기간이다.


이번 분석에서는 아동기 접종만 유지한 채 성인 부스터 접종을 하지 않는 국가와의 비교가 핵심이었다. 연구진은 영국과 프랑스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두 나라는 모두 아동 예방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이지만, 프랑스는 성인 부스터 접종을 계속 시행해 온 반면 영국은 1950년대 이후 임신부와 상처 환자를 제외하고는 성인 접종을 권장하지 않았다.


결과는 의외였다. 성인 부스터를 꾸준히 유지한 프랑스가 성인 접종을 하지 않는 영국보다 파상풍·디프테리아 발생률이 더 낮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전체 발생률은 영국이 소폭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자연 실험에 가까운 비교”라고 표현하며, 아동기 접종만으로도 성인기 보호가 충분히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2022년 영국에서 난민 유입으로 디프테리아 환자가 73건 급증했을 때도 중요한 관찰이 있었다. 일반 국민이나 의료진에게 추가적 전파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것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이를 근거로 “현행 아동기 중심 예방접종만으로 국내 확산을 막는 데 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파상풍과 디프테리아는 예방접종 이전에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악명이 높았다. 1948년 미국에서 파상풍 사망률은 91%에 달했고, 디프테리아는 절반 가까운 환자가 사망하는 질병이었다. 지금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으면 10명 중 1명이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감염병이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 예방접종과 임신부 부스터 접종 덕분에 발병률이 극도로 낮아졌다.


슬리프카 교수는 “지금 미국에서 파상풍이나 디프테리아를 진단받을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훨씬 낮다”며 “이는 아동기 접종이 만들어낸 집단면역 효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어린이 예방접종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조건이 필수 전제로, 성인 부스터 중단 여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감시체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성인 예방접종 프로그램 설계에 새로운 근거를 제공하며, 향후 비용 효율성과 공중보건 전략 논의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