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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을 10년 넘게 키워온 한 시민은 몇 년 전 유선종양 제거 수술에 220만 원을 지불했다.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속적인 피부병 치료와 검사비로 약 100만 원을 지출했다. 치료가 끝나갈 즈음 반려견이 오른쪽 뒷다리를 디디지 못했고, 동물병원에서 ‘십자인대 파열’ 소견을 받았다. 정밀검사 결과는 ‘습관성 슬개골 탈구로 인한 십자인대 파열’. 수술비와 입원비를 포함해 총 600만 원 가까운 치료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비슷한 경험은 주변에서도 이어졌다. 한 지인은 고양이 충치 치료에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했고, 또 다른 가족은 노령묘 수술에 200만 원 이상을 들였다. 한 후배의 어머니는 심장 질환이 있는 강아지를 돌보는 일이 직장 생활과 병행되지 않아 결국 안락사를 택했다. 선택의 배경에는 사랑의 부족이 아니라 경제적 한계가 자리했다.


실제 통계도 치료비 부담이 개인의 선택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민은 전체 인구의 29.9%에 달했다. 반면 같은 해 유기동물 수는 10만 6천 마리를 넘어섰다. 반려인 10명 중 7명은 최근 2년간 치료비를 지출했으며, 평균 비용은 약 102만 원이었다.


반려동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 진료비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크다. 실제로 십자인대 파열 수술을 상담받은 해당 반려인은 두 곳 병원을 방문했는데, 치료비는 1.5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치료 방법 역시 병원마다 제각각이었다.


국회에서는 펫보험 활성화를 통해 진료비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역시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의업계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가격 규제보다 보험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내고 있다. 현재 10여 개의 펫보험 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한국보험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서 실제 가입률은 1.7%에 불과했다. 보험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반려인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진료비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주요 진료 항목별 예상 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이 마련되면 반려인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고, 치료비 과다 청구와 불필요한 검사 논란도 줄일 수 있다.


또한 펫보험의 가입 조건 완화와 보장 범위 확대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현재 펫보험은 연령 제한, 기왕증 제외 등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보장 범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노령 반려동물의 보호자에게 보험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반려인의 높은 진입 장벽을 해소하지 않는 한 가입률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


입양 전 교육도 중요한 요소로 지적된다.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 질병 정보, 평균 치료비, 보험 활용법, 행동 문제 등 필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무책임한 입양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교육이 확대될 경우, 입양 후 파양이나 유기 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


반려견을 돌보는 시민은 “입양은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다”며 “반려동물의 생애를 지키는 일은 결국 사람의 준비와 책임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비 부담이 크지만 반려견의 수술과 재활을 위해 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함께 걸었던 평범한 산책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 이제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일은 귀여운 순간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플 때 곁을 지키고 회복을 돕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이 생명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한 뒤 입양을 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될 때,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