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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지속형 제제(프롤론지드 릴리스·Prolonged Release)’ 기술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핵심 경쟁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형 제제는 약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해 복용 횟수를 줄이고 혈중 농도의 급격한 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 환자와 만성질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최근에는 기존 당뇨·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정신과 약물, 통증 치료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폭이 넓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 및 특허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GLP-1 기반 비만·당뇨 치료제의 인기와 함께 지속형 제제 플랫폼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약효 지속 시간이 길수록 환자의 복약 부담이 줄어들고, 치료 효과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주 1회 투여제에서 월 1회 투여제, 나아가 분기 투여제까지 개발 범위를 확장하며 약물 방출 속도 조절 기술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경쟁 제품 대비 환자 순응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정신질환 치료제에서도 지속형 제제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에서 복약 순응도는 치료 예후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장기지속형 주사제(LAI)는 투여 간격을 크게 늘려 재발 위험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사들은 동일 성분을 지속형 제제로 전환해 시장을 확장하거나, 특허가 만료되기 전 새로운 제형 특허를 확보하며 기술 방어에 나서고 있다.

 

통증 치료제와 신경계 약물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된다. 진통제나 신경계 약물의 혈중 농도 변동은 부작용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약물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소재 기반의 방출 조절 기술과 체내 분해 가능 폴리머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일부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약물의 효능을 개선하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세대 제형 개발에 집중하며 기술 기반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형 제제 기술이 단순한 약물 제형의 변화가 아니라, 제약사들의 비즈니스 전략과 직결되는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특허가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약물의 수익성 방어, 제형 혁신을 통한 시장 재진입, 환자 중심 치료 환경 확립 등 다양한 가치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 인구 증가로 장기 복용 의약품 수요가 커지면서 지속형 제제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규제기관들은 지속형 제제의 품질·안전성 검증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술 경쟁을 촉진하고 있으며, 국가 간 특허 분쟁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연구 개발뿐 아니라 규제 대응과 IP 전략 확보에도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 기술 도입이나 자체 플랫폼 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지속형 제제 시장은 향후 약물 치료의 주요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복약 횟수를 줄이는 편의성’을 넘어, 치료 효과 유지와 부작용 감소, 의료비 절감이라는 다층적인 이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고령화가 본격화된 시대에 환자 중심 치료 패러다임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지속형 제제 기술은 앞으로도 제약 산업 전반에서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