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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eBioMedicine에 발표된 연구가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 아산화질소(N2O), 이른바 ‘웃음가스’가 빠르게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많은 현실에서,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 세계 임상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TRD)이다. 서로 다른 항우울제를 최소 두 가지 이상 복용해도 증상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영국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약 48%가 사실상 제한적 이득만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상 현장에서 극복이 시급한 영역으로 꼽힌다.

 

이번 분석은 영국 버밍엄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NHS 정신건강 연구진이 주도해 총 7개 임상시험과 4개의 프로토콜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상 연구들은 임상용 아산화질소 흡입이 주요우울장애(MDD), TRD, 양극성 우울증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결과에 따르면, 약 50% 농도의 임상용 아산화질소를 단 한 번 흡입한 경우에도 24시간 내에 의미 있는 우울 증상 감소가 보고됐다. 다만 이러한 단기 효과는 대부분 일주일 이내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 반복 투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여러 주에 걸쳐 반복적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 집단에서는 증상 완화가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아산화질소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에 작용해 신경 전달 조절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신속 항우울제로 주목받고 있는 케타민과 유사한 기전으로, 기분 개선이 빠르게 나타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 같은 효과가 “신속 작용 항우울제의 새로운 세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의 제1저자인 키란프리트 길 박사후 연구원은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못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강조하며 “아산화질소 병용 치료가 고통스러운 우울 증상을 빠르게 완화할 수 있는 유망한 치료 옵션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다뤄졌다. 일부 환자에서 메스꺼움, 어지러움, 두통 등 비교적 가벼운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대부분 단기간 내 사라졌고 별도의 의료 처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다만 50% 고농도 흡입 시 부작용 발생 빈도는 증가해 정확한 용량·빈도 설정이 향후 연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연구진은 아직 임상시험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연구마다 우울 증상 평가 방식과 추적 관찰 기간이 다르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장기 안전성, 최적 용량,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 등을 다루는 추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버밍엄대학교가 주도하는 Mental Health Mission Midlands Translational Centre의 연구 일환으로,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가 많은 취약·다문화 지역에서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버밍엄 CALM 클리닉에서 이미 케타민·신경조절치료 등이 시행되고 있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이 더욱 높게 평가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영국 NHS에서 첫 아산화질소 기반 우울증 치료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안전성과 실현 가능성을 더 명확히 확인하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