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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격투 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들에게 반복되는 머리 충격이 뇌의 노폐물 배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방사선학회(RSNA) 연례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인 이번 결과는 경기 중 지속적인 두부 타격이 시간이 흐르면서 뇌 보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실제로 운동 관련 외상성 뇌손상은 전체 뇌손상의 최대 30%를 차지하며, 복싱과 종합격투기(MMA)는 가장 위험도가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뇌 내부에는 글림프(glymphatic)라 불리는 특수한 배출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는 뇌 속 대사산물과 독성 단백질을 씻어내는 경로로, 전신의 림프계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이 시스템이 “뇌의 배수관이자 청소 장치”와 같다고 설명한다. 뇌척수액이 혈관 주위를 따라 흐르며 노폐물을 제거하고 면역세포 이동과 영양 운반을 돕는다.


이번 분석에서는 글림프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확산 텐서 영상 기반 ALPS 지수(DTI-ALPS)’라는 특수 MRI 기법이 사용됐다. 이 지수는 물 분자가 뇌혈관 주변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해 글림프 시스템의 기능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ALPS 지수가 낮아질 경우 글림프 배출 기능의 저하를 의미하며, 실제로 치매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과 연관된 지표로도 보고되고 있다.


분석에는 약 900명의 현역 격투 스포츠 선수 데이터를 추적 중인 ‘프로선수 뇌건강 연구(PABHS)’의 기반 자료가 활용됐다. 이 중 280명이 이번 분석에 포함됐고, 그 가운데 95명은 연구 시작 시점부터 인지 기능 저하가 관찰된 상태였으며, 20명은 정상 대조군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선수들의 과거 KO 경험, 인지 기능 상태, MRI 결과를 종합해 글림프 기능의 변화 양상을 살폈다.


예상과 달리, 인지 저하가 있는 선수들은 초기에는 글림프 지수가 정상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KO 경험이 늘어날수록 지수는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뇌가 반복된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처음에는 청소 기능을 강화하지만, 일정 시점을 지나면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지 저하가 없는 선수들은 우측 및 전체 글림프 지수가 더 낮게 나타났고, KO 경험과 지수의 연관 양상도 두 그룹 간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났을 때는 이미 뇌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는 점이다. 뇌 속 독성 단백질이 배출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진은 글림프 기능 변화가 인지 저하보다 먼저 감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 도구로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뇌 내부의 “청소 시스템”에 이상이 나타나는 시점에서 휴식, 경기 일정 조정, 의료적 개입 등이 이뤄진다면 미래의 뇌 건강을 더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격투 스포츠에서 머리 충격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어렵지만, 반복적 충격이 글림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파악한다면 선수들의 장기적 인지 기능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잠재적 위험 신호를 조기에 확인하고, 선수에게 필요한 회복 기간을 제공하는 체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