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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혈압이 정상 범위 안에만 있으면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근 연구는 이 통념을 뒤흔들고 있다. 고혈압 진단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정상의 ‘상한선에 가까운 혈압(가장자리 혈압, High-normal BP)’을 가진 사람에게서 치매·인지 저하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뇌혈관은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다”며, 혈압이 수치상 정상이라도 ‘평소보다 높은 상태가 반복되면’ 이미 뇌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호주 ANU(호주국립대학교)에서 발표한 장기 코호트 분석이다. 연구팀은 수축기혈압이 120~139mmHg, 이완기혈압이 80~89mmHg 범위에 있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뇌 MRI·인지 기능을 추적했는데, 이 구간이 고혈압 진단 기준(140/90mmHg 이상)을 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뇌 백질 변성(white matter lesion)’과 ‘해마 위축’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뇌의 미세혈관이 이미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로, 치매 위험 증가와 직접 연결된다.


혈압이 정상보다 조금 높은 상태가 왜 문제일까. 기전은 명확하다. 혈압이 오르면 뇌혈관 벽에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져 미세한 손상이 발생한다. 이 손상은 육안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세출혈·혈류 감소·뇌세포 손상으로 이어진다. 수년간 반복되면 기억력·주의력·집중력 저하 같은 초기 인지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치매 환자 MRI에서 자주 보이는 ‘미세혈관성 변화’가 바로 이러한 과정을 반영한다.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프레이밍엄 연구에서는 40~60대의 경계역 혈압군에서 노년기 치매 발생률이 더 높았고, 영국 런던 UCL 연구에서는 50대 수축기혈압이 130mmHg 안팎만 유지돼도 뇌백질 손상이 증가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즉, 젊은 나이에 혈압이 ‘정상 상한선’ 수준이라면 뇌는 이미 만성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높은 정상 범위의 혈압은 혈관 내 염증을 증가시킨다. 혈관벽이 반복적으로 수축·이완을 겪으며 손상되면 염증 물질이 증가하고, 이는 혈액-뇌 장벽을 약화시켜 노폐물 배출을 어렵게 만든다. 이 과정은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치매 관련 단백질 축적을 촉진한다는 연구도 있다. 즉, 혈압이 진단 기준을 넘지 않아도 치매의 밑바탕이 되는 환경이 형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이 아니라 괜찮다”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상 수치보다 개인의 평소 수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평소 110/70mmHg에 안정적이던 사람이 130/85mmHg 수준으로 올라갔다면, 이는 뇌혈관에는 이미 큰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 비만, 수면 부족, 소금 섭취가 많은 식습관은 경계역 혈압을 고혈압으로 빠르게 전환시키는 위험 요소다.


예방은 생활습관 관리로 충분히 가능하다. 체중 조절, 짠 음식 줄이기, 규칙적 유산소 운동은 뇌혈관 압력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수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알코올과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혈압이 정상이라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습관”이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