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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청하려 누워도 머릿속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낮 동안의 걱정과 후회가 밤새 이어진다면 단순 스트레스 차원을 넘어 만성 불면증일 가능성이 있다. 흔히 심리적 요인을 원인으로 생각하지만, 최근 해외 연구에서 불면증 핵심 원인이 ‘뇌의 시간 인식 오류’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즉 우리 몸의 내부 시계가 밤을 낮으로 혼동해 뇌가 편안한 상태로 전환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면 의학(Sleep Medicine)에 실린 이번 연구는 남호주대, 워싱턴 주립대, 플린더스대 공동 연구진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불면증 진단을 받은 성인 16명과 건강한 수면 패턴을 가진 16명을 모집해 24시간 동안 어두운 실내 환경에서 깨어 있도록 한 뒤, 시간대에 따라 정신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면밀히 관찰했다. 외부 시간 신호를 차단하고, 잠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적 요소를 통제해 신체 내부 시계 작동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실험 설계였다.


참가자들은 1시간마다 ‘인지-정서적 이탈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현재 사고 방식과 감정 변화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집중도, 사고 흐름, 이미지화된 생각의 빈도 등 수면 진입과 밀접한 요소를 평가하는 데 활용됐다. 그 결과 건강한 수면군은 밤이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럽게 논리적 사고가 줄고 시각적·단편적 사고가 증가하며 일종의 ‘꿈 같은 상태’로 이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는 수면을 준비하는 뇌의 자연스러운 전환 과정으로, 사고 통제 능력이 저하되며 잠이 들 준비가 이뤄지는 특징이다.


반면 불면증 참가자들의 사고 패턴은 낮과 밤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밤에도 낮과 마찬가지로 논리적이고 목표지향적 사고가 지속됐고, 정신 활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큰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불면증 환자들은 밤에도 뇌가 낮 모드로 작동해 수면으로 넘어가는 자연스러운 전환이 방해받는다”며 “이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기보다 내부 시계가 시간을 잘못 해석해 초래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또 이러한 사고 패턴이 수면 진입을 방해하는 뿐 아니라 불면증을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뇌가 수면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반복되면 밤마다 긴장된 정신 상태가 유지되고, 이는 다시 불면증을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연구진은 내부 시계를 재조정하는 치료가 불면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방법은 일정한 시간에 밝은 빛에 노출하는 ‘광 치료’로, 생체 리듬의 규칙성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마음 챙김 명상처럼 사고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습관도 밤 시간대의 정신적 이완을 촉진해 수면 진입을 돕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불면증을 단순히 정신적 스트레스의 결과로 치부하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며 “생체 시계의 교란 여부를 고려해 수면 환경, 생활 패턴, 빛 노출 등을 조절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불면증의 원인을 보다 과학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단순히 걱정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던 기존 인식을 넘어, 우리 몸의 내부 시계와 뇌의 전환 메커니즘이 수면 건강의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