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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면역항암제가 도입된 이후 멜라노마(흑색종)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향상됐지만, 여전히 상당수 환자에게서는 치료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 공동 연구팀이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의 식습관, 특히 식이 섬유 섭취량이 면역항암제의 효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며 전 세계 암 치료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연구팀은 진행성 멜라노마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 구성과 식습관, 프로바이오틱 보충제 사용 여부를 분석한 뒤 면역항암제(면역 체크포인트 억제제) 반응성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 20g 이상의 섬유질을 섭취한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질환이 진행하지 않은 채 생존한 기간이 더 길었다. 식이 섬유 섭취량이 5g 증가할 때마다 암 진행 위험은 30%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식이 섬유가 어떤 방식으로 면역항암제의 효율을 높이는지는 장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식이 섬유가 특정 유익균의 증식을 촉진해 면역 반응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Ruminococcaceae 계열의 세균이 풍부한 환자에서 치료 반응이 더 우수하게 나타났다. 이들 균주는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을 생산하며, 이 물질은 항암 면역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고섬유질 식단을 섭취한 실험쥐에서는 프로피오네이트 같은 SCFA가 증가하고 종양 성장 지연 효과가 관찰됐다.

 

흥미롭게도, 최근 건강관리 트렌드로 자리한 프로바이오틱 보충제가 면역항암제 효과를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결과도 도출됐다. 연구에서 프로바이오틱을 섭취한 환자들은 면역항암제 반응성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고, 실험동물에서도 프로바이오틱을 먹인 경우 항PD-L1 치료 반응이 감소했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인위적으로 왜곡되며 면역 세포 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는 면역항암제 효과의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면역항암제는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복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장내 미생물이 이 과정을 조절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섬유질 식단은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며, 환자의 치료 반응성을 향상시키는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프로바이오틱 제품은 오히려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면역항암제를 받는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지침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환자의 종양 특성, 기존 치료 이력, 전신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치료 반응성에 영향을 미치며, 장내 미생물 역시 개인 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향후 더 큰 규모의 임상 연구와 암종별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식사 관리가 단순한 보조 요소가 아니라 면역항암제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섬유질 식단은 환자의 부담 없이 적용 가능하며, 장기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방법이라는 점에서도 임상적 가치가 크다. 면역항암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환자 개개인의 장내 미생물 상태를 반영한 맞춤형 식이 전략은 앞으로 암 치료 패러다임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