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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국립안연구소 연구진이 환자 줄기세포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외측 혈액망막장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황반변성(AMD)의 초기 발병 과정과 진행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현재까지는 생리학적으로 인간과 유사한 모델이 부족해 AMD 연구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기술은 학계와 제약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MD는 망막 외측 장벽의 기능 저하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망막색소상피(RPE)와 브루크막, 맥락막 모세혈관층으로 구성된 이 장벽은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를 보호하고 노폐물과 영양소 교환을 조절하는 핵심 부위다. 하지만 질환이 발생하면 브루크막 아래에 드루젠이라 불리는 지방 단백질 침착물이 쌓이면서 기능이 저하되고, 시간이 지나면 RPE가 붕괴되며 시력 손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실제 인간 조직 기반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던 만큼, 연구자들은 오랜 기간 새로운 모델 개발을 시도해 왔다.

 

연구팀은 먼저 미성숙한 맥락막 구성 세포인 혈관내피세포, 주위세포, 섬유아세포를 하이드로젤에 혼합해 생분해성 스캐폴드 위에 정교하게 인쇄했다. 이 세포들은 며칠 만에 촘촘한 모세혈관망을 형성했으며, 이후 9일째에 망막색소상피 세포가 반대쪽 면에 배양되면서 실제 외측 혈액망막장벽 구조와 유사한 형태가 갖춰졌다. 총 42일간 성숙 과정을 거친 조직은 형태학적·유전학적 면에서 본래 인체 조직과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

 

이 모델은 질환 유발 실험에서도 기존 동물 모델보다 훨씬 예측성이 높았다. 산화 스트레스 조건에서는 초기 AMD와 유사한 드루젠 형성이 관찰되었고, 조직 변성 역시 후기 건성 AMD 패턴을 재현했다. 저산소 환경에서는 습성 AMD에서 보이는 신생혈관 과다 증식이 나타났으며, 항-VEGF 치료제를 적용하자 혈관 증식이 억제되고 조직 구조가 회복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는 해당 모델이 실제 임상 반응까지 모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팀은 생체조직의 안정적인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온도 변화에 따라 가역적으로 형태가 유지되는 하이드로젤을 개발해 일정한 인쇄 패턴을 확보했다. 세포 조성 비율 역시 최적화해 보다 견고하고 기능적인 장벽 구조를 재현했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앞으로 망막 질환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안과 질환 모델 개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안연구소(NEI)와 의료·생명과학 3D 프린팅 연구센터(NCATS)의 공동 협력으로 진행됐으며, 공동 연구진은 향후 면역세포 등 추가적인 세포군을 포함한 확장 모델을 구축해 AMD 발병의 초기 단계부터 후기 합병증까지 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약물 반응성 평가, 신약 타깃 검증,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까지 가능한 통합 연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AMD는 고령화와 함께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질환으로, 실명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아직 근본 치료법은 부족하다. 그동안 기초 연구가 충분히 누적되지 못해 질병 기전 이해가 더뎠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학문적·산업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 모델이 향후 신약 개발을 가속하고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