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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삼겹살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기름이 미세먼지를 씻어준다’는 오래된 속설 때문이다. 과거 산업현장에서 미세한 분진을 마신 노동자들이 퇴근 후 삼겹살과 소주로 목을 씻곤 했던 관행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삼겹살이 미세먼지를 제거한다는 근거는 없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미세먼지가 많은 날 고지방 음식을 섭취하면 몸의 염증 반응을 높여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된다.


삼겹살이 먼지를 없애준다는 속설은 크게 두 가지 오해에서 비롯된다. 기름이 먼지를 ‘눅여준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기도로 들어가는 순간, 점액층과 섬모운동에 의해 처리되며 음식이 이 과정을 대신할 수 없다. 음식을 삼킬 때 목 안의 이물감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아 먼지가 씻겨 내려간 것처럼 느껴질 뿐 실제로 미세먼지가 폐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호흡기학회는 “어떤 음식도 흡입된 미세먼지를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호흡기가 ‘부드러워진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삼겹살의 지방은 호흡기 보호 기능과 무관하며, 오히려 포화지방이 많아 체내 염증을 증가시킨다. 미세먼지는 원래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대표적 물질인데, 여기에 고지방 식사가 더해지면 혈관·호흡기·면역계는 이중 부담을 겪게 된다. 미국 환경보건연구소에서는 고지방 식사가 미세먼지 노출 시 염증 반응을 확대시킨다는 동물 실험 결과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삼겹살을 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 역시 초미세먼지를 포함한다. 실내 환기가 충분하지 않다면 미세먼지 많은 날 집 안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행위는 오히려 ‘노출량’을 더 늘릴 수 있다. 불완전 연소로 생기는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도 함께 증가해 호흡기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많은 날 무엇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항산화·항염 작용이 있는 식품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비타민C·E가 풍부한 채소·과일,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한 생선,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콩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식품은 미세먼지로 인해 생성되는 활성산소를 줄여 폐와 혈관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을 충분히 마셔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미세먼지 자극을 완화하는 데 필수적인 관리법으로 꼽힌다.


삼겹살은 미세먼지를 해결해 주는 음식이 아니라 단지 기분 전환 음식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목의 건조함이나 이물감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호흡기·혈관·면역계에 미치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고지방·고열량 음식을 피하는 것이 더 안전하며, 적절한 영양·수분 섭취와 실내 공기 관리가 기본이라는 조언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