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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바로 혈압이다. 기온이 떨어질수록 혈관이 즉각적으로 수축하며 혈압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데, 여기에 활동량 감소와 뜨끈한 국물 음식 섭취 증가가 겹치면 고혈압 환자에게 겨울은 그 어느 계절보다 부담이 큰 시기가 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해마다 12월은 고혈압 진료가 가장 많은 달로 기록된다. 한국인의 식생활과 겨울 기후 특성이 맞물리며 위험이 높아지는 셈이다.


겨울철 혈압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추위에 대한 신체의 생리적 반응이다. 주변 온도가 낮아지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혈관이 급격히 좁아지고, 이 과정에서 혈압이 평소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실내는 난방으로 따뜻하고 밖은 차갑다 보니 외출할 때마다 혈관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게 되고, 이러한 변동이 심해지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특히 고령층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혈압 변동 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겨울철 식사 습관 또한 혈압 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5g)을 훨씬 넘어 하루 15~25g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고량의 4배에서 많게는 6배 수준이다. 특히 겨울이면 찌개, 탕, 국과 같은 뜨끈한 음식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염분 섭취량도 덩달아 늘어난다. 국물 한 그릇만으로도 하루 권고량 절반을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서 많은 환자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으니 생활습관이 다소 나빠져도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약물치료는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이나 부족한 활동량을 완전히 상쇄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생활습관이 나쁘면 약효가 흔들리고 합병증 위험도 높아져 결국 치료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염분 섭취를 줄이는 것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국물 섭취량만 줄여도 변화는 빠르게 체감된다. 연구에서도 매 끼니 국물 한 컵 정도를 덜 마시면 하루 소금 섭취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더기 위주로 먹고 국물은 최대한 남기는 습관을 들이면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다. 나트륨이 높은 라면, 햄, 소시지, 즉석식품 등은 자주 먹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도 변화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외출 전에는 얇은 겉옷이라도 하나 더 챙기고, 실내 난방 온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라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제자리 걷기 같은 움직임을 유지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혈압 안정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온도 변화에 대한 혈압 반응이 커지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작은 생활 변화만으로도 큰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겨울은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계절이지만, 동시에 관리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매 끼니 국물을 조금 덜 먹고, 외출 전 체온을 챙기고, 실내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혈압 변동을 줄이고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은 두 축처럼 함께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사소한 불편을 방치하지 않고 몸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피는 것이 건강한 겨울을 보내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