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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와 소독제는 오랫동안 감염 질환을 막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반복적인 사용으로 일부 세균이 약물에 적응하면서, 단순한 제거 중심의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인체 곳곳에 존재하는 유익균까지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세균을 죽이지 않고 행동을 바꾼다’는 개념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의 구강에는 약 700종에 달하는 세균이 살아가며, 이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은 쿼럼 센싱으로 불리며, 특정 화학 물질을 통해 세균들이 환경 변화에 함께 대응하도록 만든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트윈시티 캠퍼스 생물과학대학과 치과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세균 간 소통이 치태 형성과 구강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npj Biofilms and Microbiomes’에 실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치태는 산소가 풍부한 잇몸 위쪽과 산소가 적은 잇몸 아래쪽으로 나뉘어 형성되며, 위쪽에서 생성된 신호가 아래쪽 세균의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일부 구강 세균은 AHL이라는 신호 분자를 사용해 서로의 활동을 조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이 신호를 분해하는 효소인 락토네이스를 적용하자, 잇몸 질환과 연관된 세균의 비중은 감소하고 구강 건강과 관련된 세균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세균을 직접 제거하지 않더라도, 신호 전달만 조절해도 치태의 구성을 건강한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책임자인 미카엘 엘리아스 교수는 치태를 하나의 생태계로 설명했다. 초기에는 비교적 무해한 세균이 먼저 자리 잡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염증과 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세균 간 소통을 방해하면 치태가 질병 단계로 진행되는 과정을 늦추거나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칫솔질이나 살균 제품에만 의존하던 기존 구강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미생물 균형 자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러한 접근이 일상적인 구강 건강 관리뿐 아니라, 만성 염증 질환 예방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