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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눈을 깜빡인다.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이 행동은 그동안 주로 시각 기능과 관련해 연구돼 왔다. 그러나 최근 눈 깜빡임이 단순한 생리 반응을 넘어, 뇌의 인지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말소리에 집중할수록 눈을 덜 깜빡인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캐나다 Concordia University 연구진은 눈 깜빡임과 청각 인지 기능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Trends in Hearing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말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정신적 노력을 기울일수록 눈 깜빡임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를 이끈 청각·인지 연구실 소속 Pénélope Coupal 연구원은 “눈 깜빡임이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실행 기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며 “사람들이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깜빡임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눈 깜빡임은 무작위적이지 않았고 의미 있는 정보가 제시될 때 체계적으로 억제되는 경향을 보였다.


실험에는 약 50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방음실에서 화면 중앙의 고정점을 바라본 채 헤드폰을 통해 짧은 문장을 들었다. 이때 배경 소음의 크기를 달리해 신호대잡음비를 조절했으며, 조용한 조건부터 말소리 구분이 어려운 조건까지 단계적으로 설정했다. 참가자들은 안구 추적 장비를 착용해 모든 깜빡임의 빈도와 시점이 정밀하게 기록됐다.


분석 결과, 문장이 재생되는 동안 눈 깜빡임이 가장 크게 감소했으며, 소음이 클수록 감소 폭은 더 커졌다. 문장이 나오기 전이나 끝난 직후에는 다시 깜빡임이 늘어났다. 이는 말소리를 해석하는 순간에 인지 자원이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조명 조건이 영향을 미치는지도 추가로 확인했다. 어두운 환경부터 밝은 환경까지 다양한 조명 아래서 동일한 실험을 반복했지만, 깜빡임 감소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개인별 깜빡임 횟수에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소음 속에서 집중할수록 깜빡임이 줄어든다는 공통된 경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공동 저자인 심리학과 부교수 Mickael Deroche는 “눈을 깜빡이는 순간 시각뿐 아니라 청각 정보도 일부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뇌가 깜빡임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깜빡임 순간에 실제로 어떤 정보가 어떻게 차단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분석 과정에서 제외되던 눈 깜빡임을 인지 기능의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눈 깜빡임이 실험실뿐 아니라 일상 환경에서도 뇌의 집중도와 정신적 부담을 평가하는 간단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