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태아의 성별에 따라 태반에서 작동하는 유전자 발현 방식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태반 DNA에 붙는 메틸기라는 화학적 표지가 유전자의 활성 여부를 조절하며, 이러한 차이가 임신 합병증과 출생 이후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연구진과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대규모 연구에 포함된 태반 샘플 중 남아와 여아 태반을 구분해 DNA 메틸화 양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성별에 따라 유전자 활동이 달라지는 수천 개의 DNA 부위를 확인했다. 특히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2천여 개의 메틸화 차이 부위가 새롭게 발견됐으며,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부위까지 포함하면 메틸화 증가의 약 3분의 2가 남아 태반에서, 나머지는 여아 태반에서 나타났다.

 

남아 태반에서 메틸화가 증가한 경우 신생아 체중이 더 큰 경향과 연관됐고, 여아 태반에서는 태반 자체의 크기가 더 커지는 특성이 관찰됐다. 일부 남아 태반의 메틸화 증가는 CCDC6 유전자 인근에서 확인됐는데, 이 유전자의 활성 저하는 조산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이어져 왔다. 또 다른 유전자 FNDC5 인근의 메틸화 증가는 남아 태반에서만 유전자 발현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FNDC5는 태반을 산화 스트레스와 인슐린 저항성으로부터 보호하는 이리신이라는 물질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이리신 수치 감소는 임신중독증으로 알려진 자간전증과 연관돼 왔다. 반면 여아 태반에서 발현되는 ATP5MG와 FAM83A 유전자의 변이는 천식, 알레르기 질환, 습진과 같은 면역 관련 질환과 성인기 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된 바 있다.

 

연구를 이끈 NICHD의 파실 테콜라아옐레 박사 연구팀은 태반 기능 이상이 많은 임신 합병증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며, 성별에 따른 메틸화 차이가 태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건강 격차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는 성장 속도가 빠른 대신 조산, 성장 부진, 자간전증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이 더 높고, 출생 후 첫해 사망률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임상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향후 DNA 메틸화 패턴에 대한 이해가 축적되면 임신 합병증의 조기 예측과 예방 전략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태반이라는 기관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성별에 따른 건강 궤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