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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제로 50년 넘게 사용돼 온 디설피람이 비만과 대사 이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보고됐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노화연구소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에 따르면, 디설피람을 투여받은 비만 중년 쥐에서 체중이 정상화되고 대사 손상이 현저히 개선되는 효과가 관찰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고지방 식이를 12주간 섭취해 비만 상태가 된 생후 9개월 실험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 쥐는 체중 증가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 공복 혈당 상승 등 당뇨병 전단계에 해당하는 대사 이상 소견을 보였다. 이후 연구진은 쥐를 네 그룹으로 나눠 추가 12주간 서로 다른 식이를 제공했다. 표준 식이를 제공받은 그룹은 시간이 지나며 체중과 혈당 수치가 점차 정상 범위로 회복됐고, 고지방 식이를 유지한 그룹은 비만과 대사 문제가 지속됐다.

 

주목할 점은 고지방 식이를 유지하면서 디설피람을 저용량 또는 고용량으로 함께 투여받은 두 그룹이었다. 이들 쥐는 식단 변화 없이도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체지방 비율과 혈당 조절 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고용량 디설피람을 투여받은 쥐는 4주 만에 최대 40%에 달하는 체중 감소를 보이며, 표준 식이로 전환한 쥐와 유사한 체중 수준에 도달했다. 췌장과 간 역시 고지방 식이로 인한 손상에서 보호되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디설피람의 항염증 특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디설피람은 염증 반응을 완화함으로써 공복 혈당 불균형을 줄이고, 지방 축적으로 인한 대사 효율 저하를 개선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 기간 동안 쥐들은 운동을 하거나 행동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체중 감소와 대사 개선 효과는 약물 자체의 작용에 따른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실험쥐에서는 뚜렷한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동물실험에 기반한 기초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사람에게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체중 조절 목적으로 디설피람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향후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함께, 디설피람의 분자적 작용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약물을 새로운 질환 치료에 활용하려는 약물 재창출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