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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바이러스와 세균은 그동안 감염과 질병의 원인으로 인식돼 왔다. 손 씻기와 소독, 살균 중심의 생활습관 역시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 미생물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일상 속에서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생활 속 건강 관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호주 Flinders University 연구진은 환경 미생물과 자연 유래 생화학 물질이 면역 기능과 정신적 안정, 신체 회복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미생물 생태학자 제이크 로빈슨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Microbial Biotechnology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건강 증진 잠재력 데이터베이스(Database of Salutogenic Potential)’라는 새로운 공개 자료를 소개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인간의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 미생물과 천연 생화학 물질 관련 연구를 한데 모은 것으로, 일반 연구자뿐 아니라 보건·환경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로빈슨 박사는 “최근 연구들은 다양한 환경 미생물과 자연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 면역 조절과 스트레스 완화, 전반적인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청결과 살균만을 강조하는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한 미생물 환경을 이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 증진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 분류군은 124종에 달하며, 토양 세균이나 식물에서 유래한 생화학 물질도 14종 확인됐다. 이들은 면역 기능 지원, 대사 균형 유지, 질병 억제, 심리적 안정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미생물과 물질은 자연 환경, 숲, 토양, 녹지 공간 등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도 접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생물 연구는 병원균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감염 예방과 질병 치료에 초점을 맞춘 접근은 공중보건 향상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인간의 건강을 지탱하는 미생물 다양성의 가치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연구는 생활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연구진은 도시 설계, 학교와 공원 조성, 녹지 관리 등 일상 공간에서 미생물 다양성을 고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활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로빈슨 박사는 도시 토양이 숲 토양보다 병원성 세균 비율이 높다는 공동 연구 결과를 통해, 자연 환경과의 접촉이 미생물 균형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연구진은 해당 데이터베이스를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축적될수록, 개인의 생활습관부터 도시 환경까지 건강을 지키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