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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산 경험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800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다 쉽고 빠르게 해당 질환을 선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기존에는 의사의 직접 평가가 필요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지만, 새로운 접근법은 간단한 설문과 짧은 글만으로도 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출산 관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분만 과정에서의 신체적·정서적 충격 이후 나타나는 정신 건강 문제로, 적절히 치료되지 않을 경우 모유 수유나 신생아와의 애착 형성, 향후 임신에 대한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산후 우울증을 악화시키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 사고나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출산을 경험한 1,295명을 대상으로 CB-PTSD 체크리스트라는 설문 도구를 사용해 증상 여부를 평가했다. 동시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출산 경험에 대해 약 30단어 분량의 짧은 서술을 제공했다. 연구진은 이 중 설문에서 높은 점수를 보인 참가자들의 글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켰다.

 

이후 학습에 사용되지 않은 다른 참가자들의 서술을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 모델은 CB-PTSD 증상이 높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글을 비교적 정확하게 식별해냈다. 이는 감정 표현이나 단어 선택과 같은 미묘한 언어적 특징이 출산 후 외상 경험과 연관돼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진단을 대체하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산모를 조기에 찾아내는 선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 접근성이 낮은 환경이나, 사회경제적·인종적 격차로 인해 정신 건강 평가를 받기 어려웠던 집단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전문가들은 출산 후 정신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것이 산모와 가족 전체의 건강에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출산 후 정신 건강 관리의 문턱을 낮추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 환경에서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