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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이 어느 날부터 예민해지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 보호자들은 흔히 성격 문제나 훈련 부족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오히려 반려동물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동 변화의 상당수가 심리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질병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 동물의료센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김예원 대표원장은 반려동물의 입질과 공격성에 대해 “문제 행동으로 단정하기 전에 반드시 몸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은 아파도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통증이나 불편함을 행동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고, 그 방식이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통증은 반려동물 공격성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슬개골 탈구, 고관절 질환, 퇴행성 관절염, 허리 디스크 등 움직임과 관련된 질환이 있을 경우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안으려 할 때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으르렁거리거나 무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처럼 느껴지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동이다.


김 원장은 실제 진료 사례를 통해 이러한 점을 설명했다. 평소 온순하던 7살 반려견이 어느 날부터 안으려 하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무는 행동을 보였고, 보호자는 이를 성격 문제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심한 퇴행성 관절염과 허리 디스크가 확인됐다. 통증 원인에 대한 치료를 시작한 뒤 불과 몇 주 만에 공격적인 행동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성격 변화를 부르는 원인은 통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경계 질환이 있을 경우 이유 없이 과민해지거나 멍해 보이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짖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비교적 흔한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활동성 증가와 공격성을 동반할 수 있으며, 애디슨병이나 쿠싱 증후군 같은 호르몬 질환은 무기력, 헉헉거림, 식욕과 배뇨 변화 등으로 보호자에게 ‘성격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준다.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으면 산책을 거부하거나 금세 지쳐 예전처럼 놀지 않으려 하고, 신장이나 간 질환, 당뇨가 있을 때는 전반적인 기력 저하와 우울해 보이는 행동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보호자 눈에는 단순한 기분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내부 장기 이상이 행동을 통해 드러난 경우다.


전문가들은 행동 변화를 심리 문제로 단정하기 전에 질병을 먼저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그 판단은 의학적 검사를 거친 뒤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입질이나 공격성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훈련을 선택하기보다, 먼저 동물병원에서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라며 “행동 변화는 반려동물이 보내는 가장 직접적인 건강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