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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분한 숙면은 피로 회복을 넘어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과정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깊은 잠에 드는 동안 뇌 속 노폐물이 실제로 ‘씻겨 내려가는’ 메커니즘이 동물 실험을 통해 규명되면서, 수면의 질이 인지 기능과 장기적인 뇌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됐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1월 8일 국제 학술지 Cell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깊은 수면 상태에서 뇌가 스스로 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계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글림프계는 뇌와 척수를 순환하는 체액 흐름을 통해 독성 단백질과 대사 노폐물을 제거하는 체계로,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도 연관돼 있다.


덴마크와 미국 공동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깊은 수면 중 뇌간에서 분비되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역할에 주목했다. 연구에 따르면 깊은 잠에 들면 약 50초 간격으로 미세한 노르에피네프린 파동이 발생하고, 이 신호가 뇌 혈관을 수축·이완시키며 느린 박동을 만든다. 이 리듬이 주변의 뇌척수액 흐름을 유도해 노폐물을 씻어내는 ‘펌프’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공동 책임저자인 University of Rochester와 University of Copenhagen 소속 마이켄 네더가르드 교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식기세척기를 켜두고 아침에 깨끗해진 그릇을 보는 것과 같다”며 “이번 연구는 회복적 수면을 뇌 노폐물 제거라는 기준으로 정의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노르에피네프린 파동과 뇌 혈류량 변화를 비교한 결과, 두 지표가 밀접하게 연동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혈류 변화와 뇌 체액 흐름을 대조하자 체액 이동 역시 동일한 리듬으로 변동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는 혈관의 미세한 수축과 이완이 체액을 밀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모든 잠이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라는 질문도 던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을 투여한 쥐를 관찰한 결과, 깊은 수면 중 노르에피네프린 파동은 자연 수면 대비 약 50% 감소했다. 잠드는 시간은 빨라졌지만, 뇌로 유입되는 체액 흐름은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제 사용이 뇌의 자연스러운 ‘청소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사람에서도 유사한 노르에피네프린 신호와 혈류, 뇌척수액 흐름이 관찰된 바 있어, 수면의 질 저하가 신경계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싣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얼마나 오래 자느냐”보다 “얼마나 깊이 자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평가한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자연스러운 숙면이 뇌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