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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연시 동물병원 응급실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보호자의 손에는 반쯤 먹다 남은 케이크 상자나 치킨 뼈가 들려 있고, 목소리에는 후회와 자책이 묻어난다. “한 입쯤은 괜찮을 줄 알았다”는 말은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고백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식탁이 반려동물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전장이 되는 순간이다.


가장 흔한 위험 식품은 초콜릿이다. 초콜릿에 포함된 테오브로민은 사람에게는 쉽게 분해되지만, 개와 고양이의 체내에서는 오래 축적된다. 이 성분은 중추신경계와 심장, 신장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구토와 설사, 고열, 근육 경련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농도 다크초콜릿이나 코코아 파우더의 경우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내부 장기는 이미 손상을 입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설탕 대신 사용되는 자일리톨 역시 위험하다. 사람에게는 저칼로리 감미료지만, 강아지에게는 인슐린 분비를 급격히 증가시켜 저혈당 쇼크와 간 손상을 유발한다. 섭취 후 30분 이내에 쓰러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무설탕 디저트라 해도 반려동물에게는 절대 안전하지 않다.


과일 중에서는 포도가 대표적인 금기 식품이다. 포도와 건포도는 강아지의 신장 세포를 파괴해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독성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개체별 반응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알만 먹고도 투석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반면, 다량 섭취 후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어 방심하기 쉽다. 그러나 소변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무뇨증 단계로 진행되면 회복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연말 음식의 상징인 치킨과 갈비의 뼈도 위험 요소다. 익힌 뼈는 쉽게 부서지며 날카로운 단면을 형성한다. 이를 삼켰을 경우 식도에 걸리거나 위와 장을 뚫어 복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소화되지 않은 뼈가 장을 막아 대수술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여기에 삼겹살이나 치킨 껍질처럼 기름진 음식이 더해지면 췌장염 위험도 커진다. 평소 사료 위주의 식단을 먹던 반려동물이 고지방 음식을 갑자기 섭취하면 극심한 복통과 구토, 전신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한식에 자주 쓰이는 양파와 마늘도 예외가 아니다. 파속 식물은 적혈구를 파괴해 용혈성 빈혈을 유발하며, 익혀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양념에 소량 들어간 경우라도 반복 섭취 시 위험해질 수 있다.


이물 섭취가 의심될 때 보호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민간요법이다. 과산화수소를 먹여 억지로 토하게 하는 행동은 위 점막 손상과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대신 무엇을 언제 먹었는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포장지나 남은 음식 사진을 확보해 즉시 동물병원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섭취 후 1~2시간 이내라면 적절한 처치로 흡수를 막을 수 있다.


전문의는 “사람 음식은 반려동물에게 특식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며 “사랑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보호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연말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식탁 위 한 점의 음식이 아니다. 전용 간식이나 노즈워크 장난감, 그리고 안전한 환경이다. 보호자의 선택 하나가 반려동물의 건강한 내일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