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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혈압이 개인마다 다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단서가 대규모 연구를 통해 한층 더 명확해졌다. 최근 Nature Genetic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혈압과 연관된 유전체 위치가 2천 곳 이상 확인됐다. 이 가운데 113곳은 기존에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영역으로,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혈압과 고혈압에 대한 여러 대규모 전장유전체연관분석 자료를 통합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의 개인차를 설명하는 유전적 요인을 보다 정밀하게 추적했으며, 그 결과 기존보다 훨씬 큰 비율의 혈압 차이를 유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연구진은 이러한 성과가 고혈압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롭게 발견된 유전체 위치 중 일부는 철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에 속해 있었다. 체내 철이 과도하게 축적될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드레날린성 수용체와 관련된 ADRA1A 유전자 변이 역시 다시 확인됐다. 이는 현재 사용 중인 혈압 치료제가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경로와 맞닿아 있어, 다른 유전적 변이 역시 향후 신약 개발의 단서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여러 유전 변이의 영향을 종합해 혈압과 고혈압 위험을 예측하는 다유전자 위험 점수도 산출했다. 이 점수는 개인 간 혈압 차이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에서 구분해낼 수 있었으며, 정밀의료 도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연구 초기에는 유럽계 인구 자료가 주를 이뤘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후 미국 국립보건원 주도의 대규모 연구 자원을 활용해 아프리카계 인구에서도 유사한 예측력이 확인됐다.

 

고혈압은 미국 성인 인구의 약 절반이 겪는 흔한 만성질환으로, 가족력과 같은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식습관, 운동 부족, 흡연,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혈압이 장기간 높게 유지되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어 심장병, 신장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질환의 예방과 관리 전략을 보다 과학적으로 정교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에는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산하 연구진을 비롯해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의 대학과 의료기관 소속 연구자 140여 명이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인구 집단의 유전체 자료가 축적된다면, 혈압 관리와 치료는 한층 개인화된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