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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돼지고기나 소고기와 달리 오리고기는 유독 ‘몸에 좋은 고기’로 인식돼 왔다. 특히 오리 기름은 상온에서도 굳지 않는 특성 때문에 ‘수용성이라 부담 없이 먹어도 된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속설까지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수용성 기름’이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모든 지방은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오리 기름이 하얗게 굳지 않는 이유는 물과 잘 섞여서가 아니라, 지방산 구성의 차이 때문이다.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은 버터는 상온에서 고체 상태를 유지하지만,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올리브유는 액체로 남는다. 오리 기름 역시 다른 육류보다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굳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오리 기름은 전체 지방의 약 70%가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다. 올레산이나 리놀렌산처럼 혈중 지질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나머지 30%는 포화지방이다. 불포화지방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기름’으로 인식해 섭취량을 늘리는 것은 체중 관리나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리 기름 역시 다른 동물성 지방과 마찬가지로 고열량 식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껍질 섭취다. 오리 껍질은 단위 무게당 열량이 매우 높고, 포화지방 비율도 살코기보다 훨씬 크다. 껍질이 포함된 오리고기 100g에는 포화지방이 6g 이상 들어 있는 반면, 껍질을 제거한 살코기의 포화지방 함량은 그보다 훨씬 낮다. 껍질 위주로 섭취하는 식습관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혈관 질환 위험을 키우고, 이상지질혈증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면 오리고기 자체의 영양적 가치는 분명하다. 오리고기는 필수 아미노산을 비롯해 칼슘, 철, 인 등 무기질과 각종 비타민 함량이 다른 육류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적절한 양을 섭취한다면 균형 잡힌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건강을 고려한다면 조리와 곁들임이 중요하다. 껍질을 제거한 뒤 조리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함께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추나 미나리, 양파처럼 소화와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채소를 곁들이면 지방 섭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잡곡밥이나 쌈 채소를 더하면 포만감이 높아져 자연스럽게 기름 섭취량도 조절된다.


결국 오리 기름은 ‘착한 기름’도, ‘마음껏 먹어도 되는 기름’도 아니다. 다른 육류 지방과 마찬가지로 양과 방식이 중요하다. 오리고기의 장점을 살리되, 과도한 기대와 오해는 내려놓는 것이 건강한 식생활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