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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치명적인 희귀 면역질환인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에 대해 신생아 선별검사를 전면 도입하고 조기 치료를 시행한 결과, 환아의 장기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선별검사가 본격 시행되기 전과 비교해 5년 생존율이 뚜렷하게 개선됐으며, 질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된 경우 생존 가능성은 더욱 높았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연구진과 북미 여러 임상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The Lancet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신생아 선별검사가 실제로 SCID 환아의 생존율을 높였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입증했다고 밝혔다.


SCID는 감염을 방어하는 면역세포의 발달과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출생 직후에는 겉보기상 건강해 보이지만, 면역 기능이 거의 없어 중증 감염에 극도로 취약하다. 치료를 받지 못하면 대부분 생후 1~2년 이내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법으로는 조혈모세포 이식, 유전자 치료, 효소 치료 등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매년 40~80명의 신생아가 SCID로 진단되지만, 전 세계 발생 규모는 다수 국가에서 선별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NIH 연구진은 2005년 SCID 신생아 선별검사법을 개발했고,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이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2008년 위스콘신주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8년 말까지 모든 주와 워싱턴DC, 일부 미 영토에서 SCID 선별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현재 7개 주와 준주가 해당 검사를 도입했다.


이번 연구는 NIH 지원을 받는 원발성면역결핍치료컨소시엄(PIDTC)이 주도했다. 연구진은 1982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과 캐나다 34개 의료기관에서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공여자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SCID 환아 900여 명의 자료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신생아 선별검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0~2018년과 이전 시기를 비교해 5년 생존율 변화를 평가했다.


분석 결과, 1982년부터 2009년까지는 의료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5년 생존율이 72~73%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선별검사가 정착된 2010~2018년에는 생존율이 87%로 상승했다. 특히 신생아 선별검사 결과를 통해 질환이 의심돼 조기에 이식 치료를 받은 환아의 경우, 92.5%가 5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조기 진단을 꼽았다. 생후 3.5개월 이전에 이식을 받았고, 이식 시점에 활동성 감염이 없는 경우 생존율이 높다는 점은 기존 연구에서도 알려져 있었는데, 신생아 선별검사 도입 이후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환아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에는 이식 전까지 한 번도 감염을 겪지 않은 SCID 환아 비율이 과거보다 현저히 높아졌다.


연구를 이끈 휴 오킨클로스 박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신생아 전수 선별검사가 SCID 환아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더 많은 국가에서 이 치명적인 질환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신생아 선별검사가 SCID와 같은 희귀 치명 질환에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향후에는 선별검사가 가능한 국가와 지역을 확대하고, 조기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전 세계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