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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수록 “왜 이 방에 왔지?” 하고 멈칫하는 순간이 늘어난다. 대화 중 말문이 막히거나, 분명 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난처해지기도 한다. 이런 사소한 기억력 저하는 많은 중장년층이 겪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대부분은 질환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일상 속 작은 습관만 바꿔도 기억의 빈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억력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반복’이다. 새로운 정보를 들었을 때 속으로만 넘기지 말고, 짧게라도 소리 내어 되뇌는 것이 좋다. 뇌가 정보를 한 번 더 처리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미국 보스턴 보훈의료시스템에서 인지·행동신경학을 연구하는 Andrew Budson 교수는 반복이 학습의 최소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말로 다시 표현하는 순간, 정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각화 역시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름이나 해야 할 일을 이미지로 떠올리는 것이다. 장을 보러 가기 전이라면 필요한 물건을 집 식탁 위에 늘어놓은 장면을 상상해 보는 식이다.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와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상상하는 과정 자체가 뇌에 부담을 주는데, 이 ‘노력’이 기억을 강화한다.


정보를 묶어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긴 목록은 뇌의 작업 기억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전화번호를 몇 자리씩 끊어 외우듯, 정보도 세 개나 네 개 단위로 나누면 부담이 줄어든다. 장보기 목록 역시 유제품, 채소, 가공식품처럼 범주로 나누면 기억하기 수월하다.


손으로 직접 적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키보드보다 느리지만, 그만큼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모를 하며 핵심을 골라내고 문장으로 옮기는 동안 뇌는 복합적인 자극을 받는다. 이는 단순히 듣거나 타이핑하는 것보다 기억에 유리하다.


해야 할 일과 약속은 머릿속에 쌓아두지 말고 달력이나 메모장에 맡기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이든 종이 수첩이든 상관없다. 적어두고, 하루 중 여러 번 확인하며 말로 되짚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기억을 보강해 준다. 또한 단서 활용도 효과적이다. 기억나지 않는 단어가 있다면 그 특징이나 상황을 떠올려 뇌에 힌트를 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절제된 음주, 사회적 교류, 새로운 배움 같은 생활 습관은 기억력을 지탱하는 기본 토대가 된다. 기억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능력에 가깝다. 작은 실천들이 쌓이면, 깜빡임은 줄고 일상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