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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이 아파 보일 때, 급한 마음에 사람용 진통제나 감기약을 덜컥 먹인 경험이 있는 보호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매우 위험하며, 경우에 따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안전하게 쓰이는 약물이 동물에게는 독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아스피린, 항우울제, 감기약에 포함된 항히스타민제나 각성제 성분은 반려견과 고양이의 간과 신장,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부프로펜이다. 사람에게 흔히 쓰이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지만, 개나 고양이에게는 극소량만으로도 위장출혈, 급성신부전, 간기능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역시 고양이에게는 극소량만으로도 적혈구가 파괴되는 헤모글로빈 변형을 일으켜 빈혈, 호흡곤란, 청색증,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고양이는 이 약물을 대사하는 효소가 부족해 해독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내외 동물병원 응급실에는 보호자의 실수로 인한 약물 중독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사람이 쓰는 감기약이나 위장약도 안전하지 않다.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각성제 성분은 반려동물에게 신경계 흥분, 불안, 발작, 체온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할 경우 혼수상태로 진행된다. 게다가 약물의 용량 문제만이 아니다. 동물은 사람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대사하며, 같은 약이라도 종마다 독성 반응이 크게 다를 수 있다. 때문에 사람 기준의 용량을 나눠 먹이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고, 오히려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약물 사고가 대부분 보호자의 \'호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병원에 데려갈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동물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 반려동물이 아파 보일 때,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임의로 약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람 약을 나눠줘도 된다’는 정보는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민간요법이다.


더욱이 일부 보호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우리 강아지는 타이레놀 먹여도 괜찮았다’, ‘이부프로펜 조금 주니까 바로 나았다’는 식의 경험담을 믿고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그러나 동물은 종, 체중, 체질, 건강 상태에 따라 약물 반응이 극단적으로 다르며, 같은 약이라도 개와 고양이의 대사 과정은 전혀 다르다. 사람 기준으로 만든 약을 섣불리 반려동물에게 투여하는 것은 도박에 가까운 행동이며, 단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는 반드시 수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하며, 사람 약은 절대로 임의 투여해서는 안 된다. 정식으로 반려동물 전용으로 허가된 약이라 하더라도, 수의사의 처방과 복약 지도를 따라야 한다. 특히 아이를 키우듯 반려동물을 대하는 요즘, ‘사람처럼 생각해서 생기는 사고’가 가장 잦은 만큼, 보호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안전해 보이는 한 알이 소중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