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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줄 알았어요. 밥도 잘 먹고 산책도 잘했거든요.\"
8살 말티즈 \'보리\'를 떠나보낸 보호자의 말이다. 병원에 내원했을 땐 이미 신부전 말기였다. 겉으로는 활발해 보였지만 혈액검사와 초음파에서 신장 기능이 거의 멈춘 상태였던 것이다. 수의사는 “정기적인 건강검진만 받았어도 조기 발견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려동물은 말을 하지 않는다. 아프다고 호소하지 않고, 증상이 드러날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의학계는 “사람보다 반려동물에게 건강검진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령견, 고령묘는 시간이 지날수록 질병 리스크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연령대별 맞춤 검진이 필수적이다.

전문 수의사들이 권장하는 정기검진 시기는 생애 주기별로 다르다. 생후 1~6개월 사이의 어린 동물은 예방접종 및 기초 신체검사를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중성화 수술 여부도 이 시기에 결정되며, 생식기 및 호르몬 이상 여부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다.

성견기인 1세부터 6세까지는 비교적 건강하지만, 이 시기에도 매년 1회의 종합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기본 혈액검사, 간·신장 기능 평가, 심장 청진, 피부 및 치아 상태 점검 등을 통해 건강 베이스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이 시기의 검진은 향후 질병의 조기 발견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7세 이상부터는 수의학적으로 \'노령기\'에 해당한다. 이 시점부터는 건강검진 항목이 훨씬 정밀해진다. 기본 혈액검사 외에 갑상선 호르몬(T4), 전해질, 심장병 지표(BNP), 복부 및 흉부 초음파, 방사선 검사 등이 추가된다. 고양이의 경우, 만성신부전이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이 10세 이후 급증하며, 강아지는 심장 판막 질환(MVD)이나 부신피질기능항진증(Cushing’s disease)이 자주 발견된다.

특히 고령 동물은 암에 취약하다. 단순 종양은 물론, 간암, 비장암, 림프종 등 치명적인 종양도 무증상 상태로 진행되다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의사들은 “건강해 보이더라도 1년에 한 번은 영상 검사를 포함한 종합검진을 반드시 권장한다”고 조언한다.

검진 시기를 놓치는 가장 큰 이유는 ‘겉보기 건강’ 때문이다. 밥을 잘 먹고 활발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검진을 미루는 보호자들이 많지만, 반려동물은 통증을 숨기는 본능이 강하다. 결국 증상이 보일 땐 이미 병세가 깊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전문병원에서 연령별 정기검진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질병의 조기발견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정기검진 항목을 보험에 포함하기도 하며, 질병 진단 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은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선택\'이다. 보호자의 무관심과 무지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들이 줄어들기 위해선, \'정기검진\'이라는 개념을 반려동물 보호문화에 뿌리내릴 필요가 있다. 건강하게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검진을 시작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