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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5천500만 명 이상이 알츠하이머병(AD)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직까지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와 루이스 스톡스 클리블랜드 재향군인병원, 유니버시티병원이 공동으로 새로운 접근법과 함께 유망한 신약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는 2025년 5월 21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쥐 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서 뇌신경세포의 손상을 막고, 인지 기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핵심은 ‘혈뇌장벽(BBB)’에 있다.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 연구들이 대부분 뇌의 신경세포(뉴런)를 직접 겨냥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BBB라는 새로운 타깃을 설정했다. BBB는 뇌와 혈액 사이에 위치한 방어막으로,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면서 영양분과 산소는 통과시킨다. 그러나 나이가 들거나 외상성 뇌손상(TBI), 알츠하이머 등이 진행되면 BBB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뇌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가속화된다.


연구진은 BBB 안에서 특히 많이 발현되는 효소인 ‘15-하이드록시프로스타글란딘 탈수소효소(15-PGDH)’에 주목했다. 이 효소는 AD, TBI, 노화 과정에서 더 활발히 나타나며, 이로 인해 BBB가 손상된다는 사실이 동물과 인간 데이터를 통해 밝혀졌다.


이후 연구팀은 이 효소를 차단하는 약물 ‘SW033291’을 활용했다. 본래 이 약물은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대 산하 마코위츠 실험실에서 대장염이나 골수 이식 후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기 위해 개발됐던 것으로, 이번에 새로운 적응증이 추가된 셈이다.


약물 투여 결과, 쥐 모델에서 BBB는 손상되지 않았고, 신경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 산화 스트레스가 모두 억제됐다. 특히 기억력과 학습 능력 같은 인지 기능도 온전히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치료제처럼 뇌 속 아밀로이드를 제거하지 않고도 뇌 건강을 지키는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공동연구 책임자인 정신과 의사 앤드루 파이퍼 교수는 “혈뇌장벽 자체를 지키는 전략은 알츠하이머뿐만 아니라 외상성 뇌손상, 노화성 뇌질환 등에도 폭넓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 명의 책임연구자인 샌포드 마코위츠 교수는 “약물 투여 시점이 외상 후 하루가 지난 시점에도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치료 윈도우가 넓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뇌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아밀로이드 제거에만 집중했던 기존 약물들의 한계—낮은 치료 효과와 높은 부작용 위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진은 향후 인체 임상시험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