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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배아의 사지와 심장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암세포에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어떨까. 스웨덴 링셰핑대학교 연구진이 대장암 세포가 어떻게 정상적인 발달 신호를 교묘히 이용해 전이를 유도하는지를 새롭게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025년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중심에는 \'Wnt(윙트) 신호\'와 \'TBX3 단백질\'이라는 두 생물학적 요소가 있다. Wnt 신호는 배아 발생 단계에서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고 분화하도록 돕는 생화학적 소통 수단으로, 이 신호가 없으면 생명체는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Wnt 신호가 암세포에서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장암의 약 80%는 세포가 Wnt 신호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Wnt 신호만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정상적인 장 조직의 줄기세포 생존에도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면 억제하면 암세포도 죽지만, 동시에 장 줄기세포도 사멸해 환자의 생존이 더욱 위협받게 된다.


링셰핑대 클라우디오 칸투 교수 연구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Wnt 신호가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대장암 전이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 단백질이 바로 TBX3다. TBX3는 원래 인간과 동물의 팔다리, 심장 등 주요 기관의 형성을 돕는 전사인자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 변이가 생기면 사지 기형이나 심장 이상 등 선천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TBX3가 대장암 세포 내에서 Wnt와 결합해 새로운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뚫고 전이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TBX3가 활성화되면 암세포가 2차 종양(전이)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요한 점은 TBX3가 정상적인 장 줄기세포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TBX3를 억제하더라도 장의 건강한 재생기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암세포만을 타깃으로 하는 정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의미한다.


칸투 교수는 “TBX3는 인간뿐만 아니라 공룡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의 사지를 형성했던 유전자의 일부로, 생물학적으로도 아름다운 기전이다”라며 “이 메커니즘이 암세포에서 재활용되며 전이를 촉진한다는 점은 충격적이면서도 치료 타깃으로서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 일본, 러시아, 스위스 등 다국적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향후 TBX3를 직접 겨냥한 항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경우, 기존의 Wnt 억제제의 부작용을 피해가는 혁신적 암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