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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50대 중후반 폐경기를 겪고 있는 여성 A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과 함께 구토 증상을 느꼈다. 뇌졸중을 의심해 병원을 찾았지만, 진단명은 의외로 ‘이석증’(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었다. 이석증은 귓속 평형기관 안에 있어야 할 작은 돌(이석, 耳石)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전정기관 장애로, 특히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석은 원래 중력을 감지하고 머리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구조물이지만, 이 돌이 제자리를 이탈하면 머리의 위치 변화에 따라 잘못된 평형 신호를 뇌로 보내게 되고, 그 결과로 빙글 도는 어지럼증, 구토, 불안정한 보행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아침 기상 직후, 머리를 숙이거나 돌릴 때 증상이 심해지며, 심리적 공황 상태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뇌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특히 폐경기 여성은 에스트로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뼈의 칼슘 대사와 내이(耳)의 평형 감지 기능이 함께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이석이 쉽게 분리되고,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전정기관이 민감해져 어지럼증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여성들은 골밀도 감소와 함께 낙상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석증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 골절과 장기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요인이 된다.


다행히 이석증은 진단만 정확히 이뤄지면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이석 정복술(Epley maneuver)로, 전문의가 머리와 목을 특정 방향으로 돌려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자세 요법이다. 대부분 1~2회의 치료로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지만, 반복되는 경우나 심한 불안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추가 검사와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리한 고개 돌리기,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 장시간 고개 숙이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칼슘과 비타민D 섭취를 통해 뼈와 전정기관을 튼튼히 유지하고, 폐경기 이후에는 정기적인 이비인후과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작은 돌 하나가 불러오는 큰 혼란, 이석증은 ‘여성 호르몬 변화’라는 생리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