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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외국어를 배운 적도 없는데 갑자기 영어 억양으로 말을 하게 된다면? 현실 속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희귀 신경학적 장애가 바로 ‘외국 말투 증후군(Foreign Accent Syndrome, FAS)’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0건 정도만 보고된 매우 드문 질환이지만, 그만큼 진단과 이해가 쉽지 않아 환자들이 정서적으로 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외국 말투 증후군은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등 뇌의 특정 부위 특히 말하기를 담당하는 좌측 두정엽, 측두엽, 또는 전두엽 부위에 손상이 발생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말소리 자체는 여전히 모국어이지만, 억양, 강세, 음절 길이, 운율 등의 변화로 인해 마치 외국인처럼 들리는 발화 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평소처럼 한국어를 말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현상이다.


이 증상은 단순한 발음 오류나 말장난이 아니다. 뇌가 말소리를 조절하는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비정상적으로 제어하면서 음운 구조가 바뀌는 것으로, 이는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말투가 전혀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정상이지만 주변 반응에 혼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환자들은 주로 “영국 억양 같다”, “중국 사람이 한국어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되고, 그 결과 정체성 혼란, 사회적 고립,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변에서 ‘거짓말’이나 ‘관심 끌기’로 오해하기 쉬운 만큼, 정확한 의학적 이해와 접근이 중요하다.


또한 외국 말투 증후군은 정신적 충격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PTSD) 같은 심인성 원인으로도 유발될 수 있으며, 이를 ‘심인성 외국 말투 증후군(psychogenic FAS)’이라 한다. 실제로 큰 이별, 사고, 가족의 죽음 등 강한 감정적 충격 이후 갑자기 말투가 바뀌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며, 뇌 손상이 원인인 경우에는 신경학적 재활과 언어 치료가 필요하다. 심인성이라면 정신과적 상담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증상은 몇 주 안에 자연 회복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수년간 지속되기도 한다.


외국 말투 증후군은 단지 ‘이상한 말투’가 아니라, 정상적 삶을 위협하는 뇌 신경계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그 원인을 조기에 파악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